지진과 첵첵이 로봇
체코의 K.차페크가 1920년에 발표한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은 로봇에게 죽고 홀로 살아남은 인간 알 키스트가 로봇의 명령에 의해 개량된 로봇을 해부하면서, 로봇 남녀가 서로 자신이 희생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사랑을 알게 된 이 두 로봇을 아담과 이브로 만든다는 것이 줄거리다. 이후,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 로봇’에 있는 로봇공학 3원칙은 현대의 로봇공학자들도 지켜야하는 도덕률이 되었다. 로보트 태권 V는 어른들도 주제가를 흥얼거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로봇은 인간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한다.
최근 스위스 과학자들은 로봇도 집단의 생존을 위해 이타적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가 비슷한 ‘친족’ 로봇끼리 소프트웨어 정보를 나눌 수 있게 하자, 소프트웨어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연구진은 여기에다 다른 로봇과 먹이를 나누는 소프트웨어를 추가하고 500세대 동안 관찰 결과, 로봇은 자신과 소프트웨어가 비슷한 로봇에 점수를 나눠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친족을 선택한 것이다.
오늘날 로봇은 청소, 재난구조, 군사, 산업, 검색,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젠 꿈이라 여겨졌던 생각과 감성을 가진 로봇이 출현 할 가능성을 열리게 된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IT산업의 발전에서 기인한 것인데, 그 업계의 대부인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 박람회장에 전시된 로봇을 처음 봤을 때 충격이 오늘날 자신을 성공시킨 가장 감명 깊은 사건이라고 한다. 로봇과 더불어 가장 혁명적인 것이 스마트폰이다. 한국이 IT강국임에는 틀림없지만 요즈음 제4세 폰에서 고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웹 부문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은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최근 국토부는 일본지진에 놀라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의 적정성 점검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확인서 체크 매뉴얼 프로그램(첵첵이)’을 배포하였다. 이는 허가담당공무원이 잘못된 내진설계일부를 확인하기위해 개발된 것으로 프로그램 결과는 단순 참고용일뿐라고 하는데, 지자체들은 첵첵이로 가부를 판단하고 있다. 구조계산서의 가부를 기계가 판정한다면 국가가 인정한 기술사, 건축사는 왜 필요한가. 이는 전문자격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첵첵이로 아예 구조계산서를 만들어 국민에게 서비스하면 어떨지? 국토부의 IT만능주의와, 윗사람이 재채기하면 아랫사람은 감기 드는 관의 경직된 풍토는 언제 개선될 것인가. 감성을 가진 첵첵이 로봇을 만들어도 할 수 없는 일 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