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강력한 브랜딩 전략은?

2021-03-03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작명한 유명 인사를 과거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현대판 김봉수(1960년대부터 정재계 인사들의 작명을 해준 것으로 명성을 날린 작명가)’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명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 작명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고생한 브랜드가 있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익숙한 GS건설의 ‘자이(Xi)’라는 브랜드다.

그는 ‘래미안’처럼 새로운 패턴의 브랜드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또 한 번 아파트 브랜드의 틀을 깨고 싶었다. 고심 끝에 ‘eXtra Intelligence’를 줄여 'Xi'라는 브랜드로 가자고 회사(GS건설의 전신인 LG건설)에 제안했다. 이후 회사측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했다. 너무 파격적인데다 어감도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고위 임원은 'Xi'로 표시된 브랜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중국어 같은 느낌을 준다며 한국 아파트 브랜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나를 한 번만 믿어봐라”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결국 대표이사가 그의 소신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처음엔 이상하다거나 어색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결국 대중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한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아파트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됐다.

가장 강력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는 사고방식이나 철학에 있다.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기 전에 지향하는 철학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딩 전략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좋은 어감, 친숙하고 익숙한 브랜딩, 고급스러운 느낌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아이를 양육하는 것처럼 브랜드를 키우고 육성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매버릭(Maverick)’이란 단어의 유래가 브랜딩 전략에 주는 시사점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김남호 나인후르츠 대표는 DBR 기고를 통해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란 뜻의 일반명사가 된 매버릭의 유래를 설명했다. 1800년대 중반, 미국 법률가인 사무엘 매버릭은 컨설팅 대가로 이웃들에게 소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매버릭은 남들과 달리 소에 낙인을 찍지 않고 방목했다. 소들이 여기 저기 다니며 다른 소들과 섞였지만, 이웃은 낙인이 없는 그의 소를 쉽게 알아챘다. 이후 매버릭은 ‘낙인 없는 가축’을 의미하다 나중에 개성 강한 사람이나 브랜드를 지칭할 때 활용되고 있다.

브랜드가 불로 지진다는 의미의 ‘brandr’에서 유래했지만, 가장 강력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는 오히려 낙인 같은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철학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기 전에 지향하는 철학부터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