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2021-03-03     함성호 시인

그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 이성복

외로운 사람은 또한 신비롭다.
그는 언제나 물기에 찬 모습.
- 고트프리트 벤, 「외로운 사람은」

본래 자화자찬 아닌 외로움은 없어서,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걸 알면, 그 으악새 슬피 우는 울음 딱 그쳐버리거나, 자못 심각한 표정 거두시고 헤시시 웃는다. 본래 진기명기 아닌 외로움은 없어서, 한 공주 한 왕자 하고 나서도 고색창연한 연기는 계속된다. 제 연기를 고백하는 연기, 제 연기를 부정하는 연기, 제 연기를 모독하고 타도하고 끝내 聖化하는 연기. 외로운 사람은 끝없이 풍선을 불어댄다. 그는 제가 부는 풍선 속으로 들어가려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 이성복 시집 
  ‘달의 무늬에는 물결무늬 자국’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 2012년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이 공기와 같은 거라서 정작 자신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외롭지 않다는 외로움이 그에게는 문득 ‘내가 어떻게 숨을 쉬지?’하는, 새삼스러움과 같다. 외로움을 연기하는 사람은 같이 놀아주면 된다. 그는 심심한 것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외롭다’는 말은 아마도 바깥(外)에 있다는 말일 것이다. 모든 것에 대해 스스로 바깥에 있는 사람은 외롭다. 그건 그 외의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주변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