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시대의 실내 공기질
금속을 만지고 있으면 혈압이 올라가지만, 목재를 만지면 혈압이 낮아진다. 또 목재는 식어도 혈압이 상승하는 일이 없지만, 금속은 따뜻해야 혈압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세간에서 목수 일은 하는 사람은 뇌질환이나 심장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는 없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그 이유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다.
인간이 도시 생활을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이다. 태고의 야생 숲이나 초원에서 적응했던 뇌로, 오늘날의 도시 생활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연과 더불어 500만 년 동안 생활해 온 자연 친화적 DNA가, 자연과 격리된 도시 생활을 하더라도, 우리 몸속에는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의 생리 기능인 뇌, 신경계, 근육, 폐, 소화기, 간, 감각계도 모두 자연환경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숲, 공원 또는 정원과 같은 자연 환경이 우리를 더 편안하게 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의학적으로 우리 뇌에서 자율신경계의 낮은 스트레스 반응성은 식물이나 목재와 같은 자연 또는 천연 재료를 만났을 때 교감 활성화가 낮아지고 부교감 활성화는 높아진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심장의 박동수가 낮아지고 올라갔던 혈압도 정상에 가깝게 내려가면서 공격성도 줄어들며, 고도의 주의 집중이 필요한 창조적인 작업 능력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일생 동안 평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90% 정도이고,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10%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생활이 자연과 차폐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때문에 야외생활이 제한되고 실내에 머무는 ‘집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과 격리된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격리된 자연을 실내로 이어지는 건축기술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건축물이 인간과 자연 물질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야 한다. 이는 건축사의 몫이다. 자연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재료를 건축재로 사용하면서 상호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재료를 바탕으로 하는 건축기술의 중심에 바로 목조건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목재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 재료다. 목재가 주는 심리적·생리학적 효과는 일반적으로 시각적 지각과 촉각적 감각 모두에서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우리 뇌는 목재를 자연 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요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목조건축은 안전하고 쾌적한 건강 환경을 만든다. 목재에 대한 경험적인 감각과 감성은 목수를 따를 자가 없을 것이다. 목재를 통해 시각적 자극과 촉각적 감각이 목수에게 안도감을 주므로 뇌질환이나 심장질환이 적게 나타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 시간이 늘어나고, 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 생활자들에게 목재를 치유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목재의 치유 효과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경험을 통해 목재는 자연 소재로서 사람과 화합하는 관계에 있는 것은 명백하다. 실내 기후조절 기능과 관련하여 실내외 목질 공간의 흡·방습 조절 기능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목재가 수분을 흡수하고 내보내는 주기는 일시적이지 않고 매우 서서히 진행된다. 잘 건조된 목재는 공기가 건조할 때는 습도를 높이고, 습할 때는 습도를 낮춰 실내 기후를 목재와 수분 함량이 같은 수준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습도를 조절한다. 목재가 실내 기후환경에서 수분을 조절하는 작용은 매우 서서히 일어난다. 직접 벽체를 통해 수분을 외부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인접한 공기와 평형을 이룰 때까지 실내 공간에서 수분 버퍼링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작용 때문에 목재는 다른 건축 재료보다 갇힌 공간에서 발생한 습도 물질을 컨트롤하는데 효과적이다. 실내 공기의 24시간 변동을 상쇄할 수 있는 건축 재료에 목재를 으뜸으로 꼽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기 중의 온도와 습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 신체는 습도의 조절 밸런스가 무너지면 균형을 찾으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겨울철 실내 습도가 낮으면 코의 점막이 약화되어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의 활동이 왕성해져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 높은 습도는 알레르기 질환과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합병증의 위험을 높인다. 쾌적한 건강을 위한 습도의 조절 기능이 반드시 건축 재료에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목재의 수분 버퍼링을 이용하면 같은 조건의 실내 습도환경에서 상대습도의 일일 변동을 미세하게 완화할 수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수장고는 환기를 할 수 없으므로 열 회수 환기장치인 HVAC(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 시스템에 의존한다. 항시 HVAC를 가동하고 있지만, 수납장이나 인테리어를 목재로 하는 이유는 기계장치로도 조절하기 어려운 미세한 습도의 변동을 목재가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재의 실내 수분 조절은 표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니시, 페인트 등의 도장으로 표면의 작은 섬유 구멍이 막히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목조건축 전문 건축사들이 많이 나와서, 사려 깊게 디자인된 목조건축으로 단절된 자연 동경의 DNA를 다시 이어 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