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 수승대(搜勝臺)
거창 수승대(居昌 搜勝臺)는 국립공원 덕유산이 거창에 빚어 놓은 거창 제일의 유서 깊은 명소이다. 2008년 12월 26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53호로 지정되었다.
거창에서 서북으로 16km 떨어진 곳으로 위천면 황산리에 자리한다. 덕유 영봉에서 솟아난 성천, 산수천, 분계천과 덕유 지봉 송계의 갈천이 위천으로 모여 구연폭을 이루고 구연을 만들면서 빚어 놓은 커다란 천연 바위가 수승대이다. 대의 높이는 약 10m, 넓이는 약 165㎡에 이르며 그 생김새가 마치 거북과 같아 구연대 또는 암구대라고도 한다. 또 수많은 현인들과 은사들이 찾았던 대라 하여 모현대라 불렀다. 수승대는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였고, 조선 때는 안의현에 속해 있다가 일본강점기 때 행정구역 개편으로 거창군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제에 속해 있을 때 사신들을 전별하던 곳으로 처음에는 근심 수, 보낼 송자를 써서 수송대라 하였다. 수송대라 함은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승경이 빼어난 곳이란 뜻으로 불교의 이름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 후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樂水 愼權) 선생이 은거하면서 구연서당(龜淵書堂)을 이곳에 건립하고 제자들을 양성하였고 대의 모양이 거북과 같다 하여 암구대(岩龜臺)라 하고 경내를 구연동(龜淵洞)이라 하였다. 지금의 이름은 1543년에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이 안의현 삼동을 유람차 왔다가 마리면 영승리에 머물던 중 그 내력을 듣고 급한 정무로 환정하면서 이곳에 오지는 못하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며 음이 같은 수승대(搜勝臺)라 고칠 것을 권하는 사율시(四律詩)를 보내니 요수 신권 선생이 대의 면에다 새김에서 비롯되었다.
수승대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쳤던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위치하는 화강암 암반으로 깊고 긴 계곡과 주변 임야와 어우러져 탁월한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수승대 북쪽에는 퇴계 선생과 갈천 선생의 시가 새겨져 있다. 이는 사림 한부연이 두 선생의 시와 갈천장구지대와 퇴계 명명지대를 새겼다 한다. 대에는 시회를 열며 즐겼던 장주암이 있다. 곁에 척수대를 거느리고 있는 수승대에는 옛 원학동의 제일가는 명소로 남명 선생이 두 번이나 찾았으며 요수 선생이 퇴계 선생을 암구대에서 기다리며 읊은 오언절구가 전한다.
그 밖의 많은 문인들의 시가 전하는데 동계 정온, 관찰사 유홀, 삼연 김창흡, 신경직, 일포 이양희, 조세환, 낙천 송명흠, 백윤 이병연 선생들의 시가 있다.
‘수승대’ 명칭과 관련하여 퇴계 이황의 개명시와 갈천 임훈의 화답시가 전하고, 수승대 양쪽에 위치하는 요수정과 관수루 등이 잘 남아 있어 요산요수하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산수유람 문화가 결합된 장소적 상징성이 큰 명승지이다.
주차장을 지나 현수교를 건너 함양재를 지나면 댓바위 앞의 휘몰아 도는 물굽이를 굽어보고 서 있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요수정(樂水亭)이라 한다. 이곳은 요수 신권(愼權)이 제자들에게 강학하던 곳으로서 댓바위와 그 앞으로 흐르는 물, 그리고 정자 뒤편의 울창한 소나무 숲과 조화되어 이곳의 경관을 절경으로 만들고 있다.
요수정을 지나면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가 보인다.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는 바위가 계곡 중간에 떠있는 모습이 거북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세월의 아픔을 견뎌낸 소나무들이 바위 곳곳에 자라고 있어, 마치 평지 같은 인상을 준다. 바위 둘레는 이황이 수승대라 이름 지을 것을 권한 4율시를 비롯, 옛 풍류가들의 시들로 가득 차 있다.
거북바위를 지나면 관수루(觀水樓)와 구연서원(龜淵書院)이 자리하고 있다.
관수루는 요수 신권, 석곡 성팽년, 황고 신수이를 봉안하고 있는 구연서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1740년(영조 16년) 황산 신씨 문중에서 건립하였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으로 된 팔작지붕으로 건평 284㎡의 목조 와가이다.
구연서원은 1540년(중종 35년)에 요수 신권이 서당을 세워 제자를 가르치던 곳이다. 1694년(숙종 20년)에 사림에서 구연서원으로 개칭하여 요수 신권을 향사하고 석곡 성팽년을 배향하였으며 1808년(순조 8년)에 황고 신수이를 추향했다. 뜰에 서원 사적비가 있고 요수 신권을 기려서 세운 산고수장비가 있다.
수승대는 멀리 덕유의 흰 구름을 이고 탈속의 경지에 자리한다. 바람 소리, 산새 소리, 물소리들이 한데 어울려 대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한다.
시와 정담을 나누었던 옛 선현들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둘레에는 거창 신씨 문중에서 관리하는 요수정과 유림에서 관리하는 구연서원, 관수루 ‘산고수장비’가 솔숲과 어울려 경치가 빼어나다. 대 위에 있는 자고암에는 고란초가 자생한다.
수승대 주소=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은하리길 2
[출처 : 거창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