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갖춘 지적, 조직문화 개선이 리더십의 출발

2021-02-03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잘못한 직원에게는 질책을 해야 한다.’ 많은 조직의 관리자들이 갖고 있는 상식 가운데 하나다. 팔로어가 어떤 측면에서 잘못을 했고, 성장을 위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개선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건 관리자의 너무 당연한 책무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식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실효성부터 점검해보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직장 상사로부터 다양한 질책과 조언을 들었을 텐데, 내가 원해서 조언을 구한 경우가 아니고, 상사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준 질책과 조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생각과 행동을 바꾼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자문해보자. 매우 드물 것이다. 직장에서의 퇴출 위협 같은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질책이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장기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꾼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리더 입장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질책과 조언을 했지만, 팔로어들이 궁극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꾼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곱씹어 보면, 질책이나 조언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날까. 인사평가 전문가인 마커스 버킹엄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질책이나 조언은 그것을 주는 사람의 주관적 견해가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 또 부정적 내용을 담은 질책은 인간의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system)’을 활성화시켜 학습이나 성장보다는 당장의 생존에만 집중하게 한다. 인간은 오랫동안 맹수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아왔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순간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이나 학습, 대안 모색 같은 장기적 과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다.

질책과 지적이 효과가 없다면 문제가 있는 직원에게 리더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리더의 생각이나 판단에 기초해 질책하거나 조언을 주기보다 동료나 파트너, 혹은 부하직원의 의견을 종합해서 전달하면 객관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리더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공포 반응인 투쟁 도피 반응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인간은 모두가 부족하고 리더 스스로도 수많은 실수나 실패를 경험하며 학습 및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학습과 성장이란 관점에서 보면 실수나 문제 상황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잘못이나 문제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를 성장과 학습의 계기로 삼으며 모두가 지혜를 모아 현명한 대안을 모색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냈다면 그 리더는 위대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질책이나 지적이 행동 변화나 성장을 가져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개선과 성장을 위해서는 훨씬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