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그래도 희망을 찾고 미래를 보자
건축설계는 팀워크(Team Work)를 바탕으로 좋은 작품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교육이 동반된다.
건축은 시대를 막론하고 전문가들이 협업(Cooperation) 하여 사람을 위한 공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 안을 만드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건축 디자이너는 지역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제안하는 중요한 일을 맡는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80년대 후반부터 건축사들의 발표능력(Presentation skills), 소통 능력(Communication abilities)이 강조됐다. 그에 따라 글로벌 시대의 건축사는 디자이너와 팀원들, 분야별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협력사, 시공사를 설득할 수 있는 PM(Project Management)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요구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 개념(Concept)의 전달과 소통 능력이 대학 교육과 실무 과정을 통해서 함양되어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른 분야와 협업하여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건축사의 소통, 통섭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 노력의 하나로 UIA(국제건축사연맹)는 건축사의 세계화(Globalization)를 위해 건축대학 5년제를 도입했다. 우리도 5년제를 도입한 결과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학생들이 3D 표현 과제와 BIM 등 컴퓨터 툴(Computer tools)의 습득과 기술적 요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예술과 철학, 문화와 역사, 인간 심리·행태가 반영되는 공간의 가치를 심도 있게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양 커리큘럼에 맞춰진 교육내용이 한국의 건축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줄이고, 설계 개념(Concept) 없이 획일적인 건축 접근을 정답으로 여기도록 할까 우려된다. 현재 우리가 배우는 건축이론과 계획은 서양, 특히 유럽 건축을 기반으로 한다. 효율적 접근과 논리성을 바탕으로 서양문화를 반영하는 공간개념을 건축 실무에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건축사들이 자국(自國)의 지역적 문화와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여 건축설계에 반영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공감 또는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2019년 설문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중 건축사, 건축 디자이너가 7위에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건축학부를 다니다가 전과를 하거나 건축공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건축사사무소 실무 10년 차 이내에 다른 직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위기에 더해 인력 수급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건축은 예술과 디자인, 과학기술과 공학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이 협업하여 도시와 문화를 만드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건축을 업으로 삼는 건축사는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Pride)가 대단히 중요한 직업군이다. 이제 갓 건축업계에 발을 들인 건축사 꿈나무들이 더 큰 비전을 갖고 성장해 일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 건축사들이 교육과 실무의 괴리를 극복해나가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
산학(産學)을 아울러 기성세대의 건축 전문성이 젊은 건축사들에게 이어지고, 선배들이 그들과 경험을 나누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또 아름다운 한국 정서를 과감히 표현하면서 더 나은 도전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열어줘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무분별한 해외 선진국 사례의 조합이나 법규, 자격시험 제도의 도입보다는 한국 문화와 상황에 맞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이 외에도 건축사, 건축 디자이너가 시공사를 선정하는 해외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여 상질(上質)의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그와 동시에 시공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건축은 시간을 통해 공간과 감성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며 후대에 우리의 문화와 생활을 전달하는 물리적인 장(場)이다. 교육과 실무의 괴리(乖離)를 줄이는 산학협력(Cooperative System)과 신구세대(新舊世代)의 소통과 공감의 노력이 필요하고 다음 젊은 건축사들에게 권한과 기회를 주어 동양의 프리츠커 (Pritzker Architectural Prize) 수상자 안도 다다오(Ando Tadao, 1941.9.13~, 일본)와 왕 슈(Wang shu, 1963.11.4~, 중국)와 같이 동양 문화적 감성을 기초로 지극히 지역적이면서 전통적인 접근을 하는 건축사가 한국의 젊은 세대 건축사 중 많이 나오기를 오늘 오후 눈 덮인 새하얀 도시를 보며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