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로서의 기회
2020년 7월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하여 작년 12월까지 6개월의 시간을 지내오면서 공공건축 설계공모 2건을 진행했다. 첫 번째 설계공모는 3등이었지만 입상은 안 되었고, 두 번째 설계공모를 접수해 제출하러 가는 날,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에 실릴 기고문을 작성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설계공모에 응해 마감하는 날이었으니 피곤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통화를 하고 나서 얼떨떨했다. 나한테도 의뢰가 오다니…….
대한건축사협회에 가입을 했으니 연락을 했을 터인데, 다른 한편으론 개소한지 얼마 안 되어 정보가 얼마 없는 나를 찾아와서 설계 의뢰를 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했다. 이 기고문 또한 건축사가 되었으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또 설계공모를 통해 내가 만든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기회도 건축사가 되었으니 출품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연락을 받은 뒤 며칠이 지났고, 얼마 전 2번째 설계공모 결과 발표가 났다.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결과가 내년 프로젝트를 수주키 위한 기회의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2번째 공모안을 제출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던 기억을 꺼내었다. 수주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일은 어떻게 만들고 있냐고. 직원으로 있을 때 알던 선배 건축사님들, 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면 최소 1~2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티라고 전해 듣는다. 어떤 분은 여러 분야에 발을 뻗어 그것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고 일을 만들고 있다고 하고, 어떤 분은 주변 지인의 소개 또는 현장 관계자의 소개 등등 여러 기회요소가 있다고 한다.
기회란, 어떠한 일을 하는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라고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또 기회라는 건 불쑥 찾아오기도 해 이를 잡기 위해선 그만큼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하며, 그에 따라 선택과 고민의 기로에서 훗날 후회냐, 축복이냐를 판가름할 요인이 된다고 한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런 글을 쓰다 보니 사무소를 개소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낼 때 회사 동료들, 대표님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난다. 이 코로나 시기가 분명 위기는 맞지만 “위기가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전쟁터에 뛰어들어 살아남아보려 한다고. 건투를 빌어주었지만, 걱정과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2020년은 누구나 힘들었을 시기였을 텐데, 이 코로나 시대의 위기가 기회의 발판이 되어 모두가 새해 힘차게 솟아오르길 기원한다.
기고문을 쓸 기회가 생겼으니 다른 주제로 짧게 한 가지 더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금 대한건축사협회 협회장 선거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젊은 건축사로서 바라는 점은 허울뿐인 공약보다는 정말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당선자가 실천하여 건축계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