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가시 철조망
조선조 세조시대의 재상 강희안의 원예 책 양화소록에 보면 장미는 가우라 하여 화목 9품계 중 5등에 위치하고 있다. 원산지는 서아시아로 100종 이상이 자생하며 우리나라 시골이나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찔레꽃, 해당화, 돌가시나무도 야생 장미에 속한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에서 중간 정도의 취급을 받던 장미가 지금은 세계적인 조류를 타고 꽃 중의 꽃으로 변하여, 생일꽃은 물론 이성교제 시 사귄지 100일이면 100송이의 장미를 선물해야하는 등 없어서는 안 될 꽃으로 변하였으며, 네덜란드보다 더 좋은 장미를 생산하여 러시아까지 비싼 값에 수출도하지만 99%의 국화에 이어 98%에 종자 로얄티를 지불하는 대표적 식물이기도 하다.
장미는 관상용과 향료용으로 25,000종 개발되었고 7000여종이 재배되며 지금도 매년 200종 이상의 새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색깔 또한 청 황 흑 록 적은 물론 무지개 보라 등 각양각색이며 이에 따른 꽃말 또한 기억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아름다운 여인에게도 가시가 있다는 말은 아름다움의 비유로 상용되고 있는데, 해충으로부터 꽃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는 그 유래가 그리스 신화에도 기록되어 있다. 큐피드가 장미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키스하려는 순간 벌이 나와 큐피드의 입술을 쏘아 버렸다. 화가 남 큐피드의 어머니 비너스는 벌침을 장미 줄기에 붙여 버렸는데 이것이 가시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살던 13살짜리 조셉은 양치기하면서, 딴전을 부리는 사이에 양이 철사줄 울타리를 넘어 이웃집 콩밭을 망가뜨려 놓아 그 때마다 부모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 보니 덩굴장미울타리엔 양이 근접을 못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장미 줄기의 가시였고, 그로부터 그는 두 가닥 철사 사이에 철가시를 넣고 꼬아 만든 철조망을 발명하였다.
아파트촌 담장에 덩굴장미를 심은 곳이 많은데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주민뿐 아니라 지나는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 잠실 올림픽로 큰 길가 아파트는 담장 위에 철조망 두 줄을 더 가설하였다. 그 보기 흉한 철조망 위에 올해도 덩굴장미가 만발하였다. 장미가시 때문에 발명한 철조망이라지만 그 장미와 주민이 불쌍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