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성과의 과학
새해 많은 조직과 개인들은 목표를 설정한다. 대부분은 결과 목표가 많다. 매출 10% 향상, 체중 10㎏ 감량 같은 게 대표적인 결과 목표들이다. 결과 목표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정당성을 갖춘 듯하다. 목표 달성이 지상과제인 조직에서 매출이나 이익 같은 최종 결과물에 집착하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과 목표가 바람직한 것인지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보다는 그렇지 못한 요소가 훨씬 큰 영향을 끼치곤 한다. 외부 환경이 안정적이어서 예측이 잘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지금처럼 예측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2020년 초에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지리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외부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 결과 목표만 강조하는 조직에서는 경영의 요체인 인사(人事)에서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결과를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승진과 보상을 결정한다. 따라서 외부 환경의 도움으로 큰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하게 된다. 많은 경우 이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했으나 안타깝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역량을 가진 사람은 조직에서 배제될 수 있다. 운도 실력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천운을 타고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운이 계속 따라 주리란 보장은 없다.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전략 수립 및 실행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중책을 맡아야 한다.
그렇다면 결과 목표보다 어떤 목표가 바람직할까. 바로 과정 목표다. 살을 10㎏ 빼겠다는 목표 대신, 하루에 1만 보를 걷겠다거나 주 5회 30분 이상 운동하겠다는 것이 과정 목표다. 매출을 10% 올리겠다는 접근보다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욕구를 반영한 신제품을 연내에 5개 이상 출시하겠다거나,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한 유통 물량을 전체의 70%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게 과정 목표의 대표적인 예다.
사실 전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로또 당첨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과의 상당 부분은 우리의 통제 수준을 뛰어넘는다. 우리의 의도된 전략만으로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과정 목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 또 결과 목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과정 목표는 실행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변수들을 감안해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날씨 등 현실적인 여건상 1만 보 걷기가 어렵다면 아파트 계단 오르기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하면 되는 것처럼 과정 목표는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해준다. 효과적인 과정 목표 수립과 실행, 피드백, 수정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결국 개인이나 조직은 한 단계 성장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