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사의 고민

2021-01-05     이정욱 건축사·온담 건축사사무소 <충청북도건축사회>
이정욱 건축사

2020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몇 년의 수련 이후 건축사시험에 도전해 2019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세계가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시기에 30대 중반 젊은 건축사라는 타이틀로 나는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개소의 이유는 기성 회사의 틀에서 벗어나 내 사무소를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젊은 건축사와 마찬가지로 짧은 경력이지만 열정만 있으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말이다.

수년간 실무 수련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역량으로 사무소 대표로 나서는 몇 개월 동안은 무엇 하나 쉬운 결정이 없었다. 사무소의 개념, 단기 및 중장기 운영 방향, 업무 면에서는 설계수주 방법, 수주에 따른 계약서 작성 방법, 프로젝트의 진행, 건축사로서 역할 등의 고민에 잠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젊은 건축사가 건축 전문가로서 안정된 위치의 기성 건축사가 되기 위해 겪는 진통과 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적 역량을 키우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건축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협회에서 주최하는 봉사활동에 동참하며 지역사회와 정을 나누고, 건축문화제에 참여해 지역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내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만족할만한 설계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설계비를 받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다. 내 이름으로 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수주를 해야 한다.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가성비라는 고품질의 낮은 설계비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대지의 상황, 건축주의 성향, 현시대의 조건 등 예산에 맞추며 건축주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건축물을 건축사의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설계비로 수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젊은 건축사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로 진통을 겪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활동 축소, 연 건축사 합격자 배출 인원 조정, 건축사 자격증 대여문제, 건축사 업무대가 기준 마련, 협회 의무가입, 협회장 선거 등 이슈로 고민이 많다. 현재 젊은 건축사들은 협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건축사 업무를 하는데 지장 없으므로 입회하려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입회비와 월회비를 내면서 다른 전문가 집단처럼 협회가 전문가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건축문화를 만들고 건축사의 권익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는 그동안 건축사의 권익을 보호해 줄 최소한의 제도적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젊은 건축사는 사회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고 건축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기성 건축사들처럼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성 건축사는 젊은 건축사와의 소통을 통해 건전한 건축문화 만들기에 노력하고, 건축환경적으로는 공정하고 반칙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것이 미래의 젊은 건축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