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날까, 무너질까 ‘조마조마’…가설건축물 안전대책 필요하다
가설건축물 매년 2만8천 건 신고 또는 허가…각종 화재·재난으로부터 무방비 노출 3년 존치 기간 내 연장 신청하면 횟수 제한 없이 수십 년 사용 가능 일선 허가 담당 공무원 “불날까, 무너질까 무섭다” , “우후죽순 생기고 관리 어려워 존치 기간 연장 시 건축사가 안전 확인·관리하는 것도 방법”
현행법상 임시 사용승인 건축물로서 안전·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많음에도, 존치 기간 내 연장 신청을 하면 횟수 제한 없이 수십 년간 사용이 가능한 가설건축물에 대한 실태 파악,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설건축물은 일반건축물에 해당하지 않은 공사용·컨테이터·경비용·견본주택 등의 임시 건축물이다. 건축법상 피난·방화 등에 대한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소방법상 관리 대상도 아니어서 화재·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시청 허가과 A 공무원은 “가설건축물은 임시 사용승인 건축물이라는 특성상 완화규정이 많고, 건축법 또는 소방법상 피난·방화 등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보니 민간에서는 마구잡이로 건물을 짓고 있는 실정이다”며 “경기도의 경우 특히 가설건축물이 많은 편이라서 연장신고를 없앤다든지 간단히 몇 가지만 개선해도 관리가 훨씬 용이해질 수 있다. 담당공무원 입장에서는 행여 불이라도 날까 혹은 무너질까 봐 마음 졸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2016년 박찬우 국회 국토교통위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가설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매년 약 2만8,570여 건의 가설건축물이 신고 또는 허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누계로 계산하면 28만5천 건을 넘어선다. 서울, 경기 등 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20년 이상 존치되고 있는 가설건축물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같은 해 박찬우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가설건축물 존치 기간 및 규모별 현황’ 자료에서도 경기도 내 가설건축물은 총 19만8,160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2층 이상인 건물도 약 1만3,000건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 내 축조되어 존치기간 3년이 초과된 가설건축물은 4만 건(2016년 8월 말 기준)을 넘었으며, 10년 이상 존치 중인 가설건축물이 2,200건에 달했다. 이 중 20년 초과 존치 중인 가설건축물도 51건이었다.
◆ 전국 컨테이터, 농업·어업용 비닐하우스 화재 피해 잇따라
가설건축물은 잇따른 화재 발생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난다.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한 해(12월 21일 기준)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는 676건, 인명 피해 20명(사망 6명), 재산 피해액은 20억8284만 원이었다. 건축법상 연면적 100제곱미터 이상 농업·어업용 비닐하우스도 가설건축물로 분류되는데, 건물 구조가 비닐하우스인 경우 발생한 화재는 1,021건, 인명 피해 32명(사망 7명), 재산 피해액은 81억214만 원이다.
서울 소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B 건축사는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마다 가설건축물 관리·안전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자주 이야기한다”며 “가설건축물 존치기간 연장 시 건축사가 담당 공무원 대신 안전점검·확인을 해준다든지, 가설건축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피난·안전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경기도 ○○시청 C 공무원도 “가설건축물이 전국에 걸쳐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이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고 기관마다 수치가 판이하게 나오는 실정이다. 공무원의 경우 건축주를 상대로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가설건축물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대한건축사협회 전국 지역건축사회와 협력관계를 맺어 관리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평소 법령 개정 관련 건의를 하려고 해도 바빠서인 이유도 있지만, 건의 절차가 간단치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국토부와 지자체 허가 담당자들 간 소통 창구를 만들어 쉽게 법령 개정 건의가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