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동네는 어떤 곳인가요?
다들 어떤 집에서 살고 계시나요? 만족은 하시나요? 만족하신다면 어떤 부분에서 만족하시나요?
저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또 학교를 보내야 하는 시기가 오면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 즈음에 집을 옮겨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아내에게 넌지시 이야기했습니다. 평상시 저도 잘 아는 동네 슈퍼마켓, 문방구, 태권도 학원, 분식점, 책방 등을 아이들이 다닌다고 했을 때, 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들과 길거리에서 소소하게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아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볍게 알은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밤늦게 집으로 오더라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으며, 학교가 비교적 가까워 등교하기가 편하면서 차량들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적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아내는 그 말에 찬성을 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갈 무렵 둘만 있던 집에서 조건이 맞을 것 같은(?) 인근으로 옮겼습니다.
정말 아이들을 키우기 괜찮았습니다. 안심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아이들도 별 불만이 없었습니다. 주말이면 운동화 신고 동네 한 바퀴 걷는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르고 있던 세탁소를 발견했고, 정말 맛있던 숨은 도넛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동네의 모르는 골목길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내는 저기압입니다. 집값이 안 오른 곳은 이곳 밖에 없다고. 다른 동네들은 끝도 없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몇 날 며칠 같은 소릴 듣고 있으니 건축을 하고 있는 저로서도 살짝 짜증 섞인 불안감을 뱉게 되더군요. 그래서 관심도 없던 부동산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도면을 볼 줄 아니 그 집의 쓰임새를 먼저 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집을 대하는 판세가 이상합니다. 살고 있는 옛날 집과 같은 크기인데 평면이 나은 것도 없는 도면에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을 해 놓은 단지 설명만 즐비합니다. 그런데도 가격은 몇 배나 비쌉니다. 땅이 비싸고, 마감재가 비싸고, 최신이기 때문에 비싸고 하는 말을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서든 아이를 키우기 좋은 마을을 생각하면 우선 거리가 어떤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늘 걸어 다닐 아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지를 볼 것 같은데, 그런 정보보다 학군, 조망, 교통, 문화시설 등의 인프라 구성이 우선적인 검토 대상입니다. 그러면서 여기는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멋지다느니 정원이 멋지다느니 하는 말을 합니다. 부동산 사이트의 핫 이슈는 단연 ‘돈’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마당이 있는 주거가 있고, 해가 조금 더 잘 들며, 거리를 품은 동네가 좀 더 아늑한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했던 모종의 가족 약속과는 상관없이 졸지에 무늬만 다른 생뚱맞은 ‘신’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놓이고 보니 살짝 갑갑증이 몰려옵니다.
도면을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못 사서 안달인 이 이상한 광풍이 잦아들어 아이들과 기분 좋은 동네 순방을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동네는 어떤 곳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