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공공건축으로 동네를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내 삶을 키우는 공공건축’, 2020 공공건축 콘퍼런스 개최

2020-12-14     박관희 기자

지난 12월 11일 공공건축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좋은 공공건축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20 공공건축 콘퍼런스’가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개최됐다.

이효원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 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을 알렸다. 박인석 위원장은 “2020 공공건축 콘퍼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공공건축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된 자리”라면서 “건축산업은 건설산업의 약 70%를 차지하는 매우 큰 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건축산업의 95%가 중소규모의 동네건축”이라면서 “다시 말해서 동네건축이야말로 우리 사회 매일의 삶을 이루는 주체이자 국가산업의 중추라, 동네건축 생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소규모 공공건축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질 좋은 공공건축을 생산해 동네를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좋은 공공건축을 위해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등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러분과 과제를 되짚어 보고, 발전적인 방향을 설정하길 희망한다”고 개회사를 밝혔다.

12월 11일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2020 공공건축 콘퍼런스가 개최됐다.(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좋은 공공건축 확산과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콘퍼런스의 개최를 축하했다. 윤 차관은 “도시의 미관, 공동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공공건축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부도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고, 건축기획 과정 강화, 설계 공모절차 개선, 공공건축특별법 제정 추진 등 공공건축의 혁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현장에 뿌리 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소현 건축공간연구원장도 축사를 통해 “건축인들이 이야기 하는 공공건축에 대해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콘퍼런스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공건축 콘퍼런스는 지난 2019년 ‘공공건축이 말하다’에 이어 두 번째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내 삶을 키우는 공공건축’이라는 부제로 기획됐고, 전시회를 통해 건축사뿐만 아니라 이용자, 운영자 등 공공건축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좋은 공공건축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좋은 공공건축을 확산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콘퍼런스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공공건축 전시회는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세미나는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온‧오프라인 토론회로 진행됐다.

◆ 공공건축 기획, 발주기관과
전문가‧이용주체의 역할분담 필요

세미나는 ‘공공건축을 기획하다’와 ‘민간전문가제도 2.0을 향하여’라는 두 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우선 강미선 국건위 위원의 사회로 첫 번째 세미나가 진행됐다. AURI 임유경 박사가 ‘공공건축 기획, 제도와 실제’에 대해 발제했다.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장이기도 한 임유경 박사는 공공건축 사례인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살피며 “기획을 비롯한 각 단계에서 사업의 주체들이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공공건축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특히 “공공건축의 기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건축기획은 사업기획과 설계 기획을 합한 것이고, 그렇다면 공공건축 기획은 어떻게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며 화두를 던졌고, “기획의 부재 문제가 커져갔고 건축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기획에 대해 정의하고 중요성을 인식해 나갔다”고 소개했다.

이후 건축기획 업무 관련 주요 쟁점들을 짚어보고 건축기획 내실화와 제도 정착을 위한 향후 과제를 소개하며 발제를 마쳤다. 임 박사는 “주요 쟁점이기도 한 공공건축사업 추진 시 건축기획 단계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한 사업 추진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발주기관과 전문가, 이용주체의 역할분담, 공공건축 성과평가 제도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세진 지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현장에서 느끼는 건축기획’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기획업무는 찬찬히 살펴보면 설계와 관련된 것이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 설계지침서라는 생각”이라면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과정이 유연하게 잘 연결되어야 성공적인 공공건축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현대미술관 등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설득력을 높였다.

강미선 사회자 역시 “건물이 지어지는 단계를 보면 기획부터 운영, 시민이나 주민들의 바텀업 형태의 기획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의 의견에 부연했다.

한지형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건축 통합계획의 실천적 과제’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한 교수는 도시건축 통합 구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주택의 양적 공급 치중과 획일적 주거문화 양산 ▲슈퍼블록 중심의 도시설계로 폐쇄적 단지 형성 ▲소통이 단절된 가로공간 유발문제 등 선개발 계획 후 건축계획으로 조성된 1,2기 신도시의 평면적 도시계획에 대해 비판했고,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한 새로운 도시건축 통합계획 및 설계방식 추진 필요성의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도시건축 통합 마스터플랜 공통지침으로 가로공간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도시, 용도복합과 사회통합의 공유도시,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은 “기획을 목적으로 설립된 부서”라고 전제하며.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실무적으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건축기획에 대해 잘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때문에 과거 사업기획 위주였다면 요즘은 설계기획에 치중된 점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총괄기획가인 권문성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김태형 단장의 말에 “사전 기획업무라는 것은 결국은 담당 공무원이 가감해 정리해서 실제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냐는 경험이 적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사전 기획과 관련된 내용들을 공개하거나 유사한 부분에 대한 공유 과정을 통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숨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기획이란 화두가 대두됐는데,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건축기획의 부재를 느끼는 지점은 설계지침서에서 드러난다”고 밝혔다. “사업기획과 건축기획을 이끌어가는 단계에서 사회‧문화적, 포괄적으로 기획되어야 할 것이고 운영까지 기준점이 되는 기획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들섬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정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건축의 주인은 누구인가 묻고 싶다”면서. “노들섬의 경우 본부도 그렇고 주무부서의 경우 5번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좋은 시설을 공급하는 시대는 지났고, 공공이 공급하는 건축 주체가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시건축통합계획과 관련해 권문성 교수는 “실무에 들어가서 발목을 잡히는 부분이 있어 더 정교하게 논의되고 전개과정이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입체적인 상상력이 보안문제를 낳고 있는 세종시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있고, 통합 계획 간 강제성과 창의성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네의 작은 변화가
민간전문가 제도 성과로 이어져

계속해서 세미나 세션2 ‘민간전문가제도 2.0을 향하여’가 진행됐다. 영주시, 서울시 등에서 시작된 민간전문가제도가 현재는 시범사업과 지원사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문제를 찾아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각 지역에 맞는 역할과 업무, 과제를 찾아 업그레이드를 통해 2.0으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AURI 심경미 박사가 ▲자치단체 규모에 따른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의 업무와 역할 ▲업무관련 이슈 ▲위촉 및 운영과정에서의 이슈 ▲실제 업무 수행과정에서 다양한 사례 등에 대해 주제발표를 가졌고, 계속해서 김용미 제주도 총괄건축가, 차주영 당진시 총괄건축가 등 민간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총괄건축가를 통해 사업의 현주소와 개선점에 대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차주영 총괄건축가는 토론을 통해 “건축의 공공적 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민간전문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민간 전문가제도 2.0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건축을 담당하는 모든 관계자의 전문성 제고”라고 밝혔고, 정아선 서울시도시공간개선단 주무관은 “동네의 작은 공공건축의 변화가 서울시 민간전문가제도의 성과와 성공의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토론 말미에 민간전문가에 대한 한줄평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심경미 박사는 ‘민간전문가 제도는 협력해야 하는 업무다’라고 요약했고, 차주영 총괄건축가는 ‘공공건축가는 공공의 조력자다’라고 소개했으며, 정아선 주무관은 ‘이 제도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는 말로 유기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