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내부 기준’ 적용해 공고 前 설계비 사전 낙찰률 적용 논란

수의시담 금지 후 조달청, 설계공모 前 5∼6% 임의 삭감 후 사전 낙찰률 적용해 ‘꼼수 공고’…국가계약법·건축사법 위반 “무슨 기준으로 감액하는지”란 질문엔, 조달청 “5%는 공모 시 보상비 지급하는 데 전용한다” 대한건축사협회 “설계공모 공고 때 설계비 산출근거 의무적으로 명시케 해야”

2020-12-14     장영호 기자

국가계약법을 준수해야 할 조달청이 각종 설계공모 공고 시 국가계약법을 무시하고 ‘내부 기준’이라는 명분 하에 사전낙착률을 적용, 자기 입맛대로 설계비를 부당 삭감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12월 11일 제보에 따르면 조달청은 현재 설계공모를 공고하면서 설계비 산출 근거가 명시되지 않는 허점을 악용해 조달청 내부 기준을 적용, 법정 설계비에서 5∼6%를 일괄 감액해 공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A 건축사는 설계공모에 당선돼 계약 체결 후, 업무범위 협의 차 조달청이 보내온 설계비 산출내역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계약 당시엔 설계비가 당연히 법정 대가기준이 적용된 100% 금액인 줄 알고 수의시담 없이 계약을 체결했으나 막상 따져보니 5~6%가 감액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공공발주사업 등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해 발주(건축사법 제19조의3) 해야 하고, 공모 당선자와 수의계약 체결 과정에서 수의시담이 원천 금지돼 있다.  

건축사법 제19조의3(공공발주사업 등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이에 A 건축사는 BF 인증 등 각종 인증 수수료까지 포함된 실제 지출 비용에서 5%를 일률적으로 임의 삭감한다면 발주기관의 부담을 계약상대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조달청 관계자는 “내부 기준에 따라 건축 설계공모 공고 때 설계비에서 5% 이상을 일률적으로 삭감하고 있다”, “내부 기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건축사는 “수요기관인 교육청이 산출한 설계비는 4억3천만 원이었으나 조달청이 수요기관에 보낸 설계비 확정 공고 금액은 4억7백만 원이었다. 조달청이 수수료 개념으로 건축사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대가를 중간에서 가로챈 셈”이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게다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용역 범위가 아닌 지적 분할 용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건축사 업무범위가 아니라고 했더니, 보지도 못한 산출 근거에 있으니 해야 한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공모 공고 시 설계비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고 있어 최근 정부가 입찰공고 때 ‘공사기간의 산출근거’를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처럼 설계공모 공고에 의무적으로 설계비 산출 근거를 제시하도록 해야 하고, 조달청 내부 기준으로 사전 낙착률을 적용하는 식의 범법행위를 못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같은 조달청의 설계비 부당 삭감은 현행법을 교묘하게 악용한 꼼수에 가깝다. 표면적으로는 공모 공고문에 명시된 설계비 100%를 지급하지만, 실상은 공고된 설계비 자체가 사전낙찰률을 적용한 95~94% 금액이기 때문이다.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법정 대가기준을 적용해 의무적으로 발주토록 규정한 건축사법 위반이다. 게다가 올해 6월 기획재정부가 발주기관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고자 개정·공포한 ‘계약예규’에도 위배된다. 계약예규는 ‘계약 체결 부대비용 등 계약 체결 및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발주기관이 부담할 부분’을 계약 상대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또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제21조에 의하면 발주기관 등은 공모안 작성비용의 보상비용 지급을 이유로 당해 사업의 설계비를 감액해서는 안 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12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기준에 따라 감액이 되는) 5%는 공모 시 보상비를 지급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른 설계비가 총 예정사업비를 기준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설계금액을 산정하고 산정된 설계금액의 범위 내에서 설계비를 결정하여 공모공고에 명시하는 것이라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답했다.

 

설계공모 수의시담 및 불공정 행위 금지 관련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