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깊은 건축계, "첵첵이"(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체크 프로그램) 때문에…

국토해양부, 정밀한 확인 없이 배포하여 지자체 건축 인허가 혼란 가중

2011-06-01     백민석 편집국장

소형건축물 구조안전 부실에 관한 2010년 국정감사 지적 후 국토해양부가 지자체에 배포한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이하 구조안전 확인서) 체크 프로그램(일명 첵첵이)이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31일자 공문(건축기획과-2840)을 통해 건축물 구조안전 확인업무와 관련하여, 3~5층 건축물 허가 시 제출하는 구조안전 확인서의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시․도 관계자들에게 첨부, 배포하였다. 이 공문에 따르면 첨부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현재 허가 중이거나 건축 중인 건축물에 대한 구조안전 확인서의 적정성 점검을 실시하고, 부적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시정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시․도로부터 프로그램을 제공받은 일선 지자체에서는 국정감사 이후 구조안전 재확인 대상 건축물의 구조안전 확인서의 검토와 신규 허가 신청 건축물의 구조안전 확인서의 적정 여부를 해당 프로그램으로 판단하여 해당 건축물의 구조설계 적정성의 결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첵첵이'에 대한 문제점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근본적으로 2009년 12월에 개정된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의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현행 기준과는 오차가 있다. '첵첵이'에는 중요도계수를 3단계로 분류,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입력하도록 되어 있지만 개정된 기준은 중요도계수를 용도에 따라 특, 1, 2, 3 등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법령기준에 따라 업그레이드되지 못한 '첵첵이'에 의한 구조안전의 적정여부 확인은 신뢰하기 어렵다. 또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원게시판에도 '첵첵이'의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 5월 6일 시․도에 전달한 "건축물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체크 프로그램' 사용관련 통보"(건축기획과-4080) 공문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은 허가담당 공무원이 모든 확인서를 검토하여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잘못된 내진설계 일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프로그램 결과(OK/NG)는 참고사항이며 내진설계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 아님"과 "지난 4월 15일 시․도 관계 공무원 교육 시 동 내용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초 자치단체에서 오히려 프로그램 결과에 따라 허가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오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시․도에서는 일선 지자체에 대하여 해당 프로그램이 단순 참고용임을 재차 강조하여 교육 및 전파를 요청"하였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상적인 구조설계를 수행한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었지만 실행 조직인 지자체 담당부서에서 눈에 훤히 보이는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업무를 진행,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등 관계 전문가들만 골병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조전문가가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구조안전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고 이에 대한 교육 또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 차원에서 확인이 용이한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개발, 보급하거나 독자 개발이 어렵다면 기존의 구조관련 소프트웨어의 일부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증하여 해당 소프트웨어로 인허가 시 확인하는 방법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