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조건, ‘사람’ 아닌 ‘상황’을 보라
“우리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
직원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리더들이 많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회의를 통해 독려하기도 하고,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판을 만들거나, 워크숍도 개최한다. 하지만 성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 결국 많은 리더들은 직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문제 삼는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태도나 성향으로 돌리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른다. 사람의 행동은 개인적 성향이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 역시 중요한 변수다. 근본적 귀인 오류는 상황의 영향을 무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의 성격이나 품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리더가 아무리 얘기해도 시늉만 낼 뿐이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 개인의 성격을 바꾸기보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어떻게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의외로 노래방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려면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노래방에 가기 전에 술을 마신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맨정신으로 문제를 지적하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특정한 환경이 조성되면 내성적인 사람들도 술 없이 맨 정신으로도 노래를 할 수 있다.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사 IDEO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켈리 등은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저서에서 이를 ‘가라오케 자신감’이라고 불렀다. 의식적으로 상황을 만들어주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IDEO 창업자들은 가라오케 자신감을 유발하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판단 유보다. 노래를 부른 사람에게 잘했다거나 잘 못했다는 판단을 내리는 분위기에선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제시한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 “옛날에 내가 해 봤는데 안돼”, “그건 나쁜 아이디어야”라고 판단을 내리는 순간, 더 이상 추가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힘들다.
가라오케 자신감의 두 번째 요소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누구라도 힘을 더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형성이다. 노래방에서 누가 올라오든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고 코러스를 넣어준다면 술기운 없이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라오케 자신감의 원천은 수평적 문화다. 직장 상사가 노래하면 부하 직원들이 무대에 나와서 원치 않는 춤을 추거나 힘차게 박수를 쳐야 하는 문화에서 노래방에 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의장에 들어서는 순간, 평등하고 수평적으로 대화가 이뤄지도록 촉진하면 훨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지지 말고 상황을 바꾸는 게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훨씬 좋은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