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건축물의 성능·안전은 국가 아닌 전문가 책임···인허가제, 중장기적으론 민간이양을

건축 인허가제도 어떻게 바뀔까···내년 1월 8일부터 ‘지역건축안전센터’서 인허가 업무 수행 센터에 권한 집중돼 부정·규제 반복될 우려 제기 선진국, 인허가 관련 행위 다변화·간소화 추세···사후 문제 시 책임 강화가 특징 광역지자체·대도시 등에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 국회 법안심사소위 통과···올해 국회 통과 가능성 시행 4년차 대구광역시 ‘건축물의 안전 및 성능 향상 자문제도’, 수시로 바뀌는 법령 인허가 사전 체크해 도서품질 제고에 역할 센터 대안으로 주목

2020-11-17     장영호 기자

‘건축 인허가 제도 개선’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공공건축특별법과 함께 건축물 인허가 제도 개선 관련 건축법은 지난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추진한 핵심 법안이다. 당시 국건위는 선진국의 허가·심의 제도를 연구한 결과 건축법상 규정된 ‘지역건축안전센터(이하 센터)’가 인허가 업무를 대신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제도 틀 내에서 바로 운영이 가능한 방안이라 결론 내리고, 올해 4월 센터가 허가 또는 신고에 관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한 바 있다. 내년 1월 8일부터는 센터에서 기존 ▲건축물 사용승인 ▲공사감리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 외에 허가, 신고업무까지 수행한다.

현행법상 센터 설치 여부는 지자체 임의 선택사항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센터가 설치된 지자체는 4개 광역자치단체와 30개 기초자치단체에 불과하다. 인력 배치에 따른 재정 부담 때문인데, 지난 10월 7일에는 광역지자체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센터를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이 법이 지난 11월 11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올 연말 국회 의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2년 1월부터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센터가 설립되어 인허가 업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소위원회는 센터 운영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 예산 문제인 까닭에 내년도 편성 예산 20억 원외에도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는 추가대책을 국토부에 주문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10월 15일 건축 인허가 추가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허가 시 제출도서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허가 단계에서는 건축물 규모·용도·입지를 중심으로, 착공 단계에서는 구조·설비·에너지 등 안전·기술 관련 사항을 센터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건위는 중장기적으로 일본처럼 인허가권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전초 단계로서 센터가 어느 정도 제도로 정착되면, 조직 자체를 민간 허가기관으로 위탁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사들도 센터라는 별도의 기관이 생겼다 뿐이지 결국 또 다른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정인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비리와 부정, 규제가 반복될 거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선진국에선 건축물의 성능과 안전은 국가가 아닌 전문가의 책임이다. 인허가 관련 행위를 다변화, 간소화하고 있으며 대신 사후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은 건물에 하자가 생길 때 사업자등록증을 폐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독일은 사후 문제 시 건축사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한다. 반대로 정부 입장에서는 인허가권을 민간에 이양할 때 과연 믿고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여부가 제도 개선에 앞서 가장 꺼림직한 대목이다. 건축사 윤리확립·자정을 위한 협회 의무가입은 사실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인허가제 개선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 건안성, 수시로 변하는 건축 관련 법령 체크해 설계품질 제고

한편, 현재도 민간에게 허가·신고 관련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확인·검토 업무를 위임하는 지자체가 있다. 대구광역시다. 센터 설립 논의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인 2016년 7월부터 ‘건축물의 안전 및 성능 향상 자문제도(이하 건안성)’를 시행하고 있는데, 시행 초기 규제라는 인식에 논란이 있었지만, 한 해에만 수차례에 걸쳐 변경되는 건축법규·구조·안전·에너지·범죄예방 등 법적 의무사항과 권장사항까지 검토해 설계도서의 오류를 줄이고 내실화를 높여 민원을 줄이는 등 차츰 성공적으로 안착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광역시청 지원석 건축주택과 건축팀장은 “시행 초기 규제라는 인식에 반발이 있었지만, 건안성을 통해 150여 가지 내용들을 살펴보며 건축사 업무에 대한 편의성도 대폭 증진되고, 도서에 대한 시간적 손실도 줄어들고 있다”며 “법령에서 규제할 수 없는 일부 위법 소지가 있거나 지역마다 법 해석이 달라 업무의 혼선이 올 수 있는 부분도 건안성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광역시 A 건축사도 “건안성은 건축 관련 법령이 해마다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설계도서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개정사항을 즉각 반영하여 설계도서 품질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센터는 법적 사항만을 체크하지만, 건안성은 건축사들이 체크해야 할 권장사항까지 자문하여 설계도서 오류를 줄이고 건축관계자들 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