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을 위한 의미 있는 소통
‘소통’이란 단어를 빼고 건축을 정의할 수 있을까? 건축주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는 보다 좋은 건축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반강제적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살아가는 요즘, 건축에서 소통의 의미는 더 크게 다가온다. 건축주와의 미팅에서 침을 튀겨가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던 시간들, 거리낌 없이 관공서와 현장을 오고갔던 순간들, 자유로웠던 몇 달 전의 상황을 회상하며 마스크와 비대면이 주는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또한 이 시간들은 건축사로서 개업한 후 지난 5년 동안 나 자신과 작업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한편 감사할 일이다.
때마침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신진건축사 워크숍’이 지난 10월 9일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공주한옥마을에서 개최됐다. 필자도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의 추천을 받아 대한건축사협회 임원을 비롯한 각 시·도건축사회 대표 신진건축사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 ‘상생과 공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새벽까지 긴 토론이 이어졌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신진건축사들은 건축사사무소 개업 후 겪었던 애로사항과 합리적인 설계비용, 학교 교육과 시험제도, 건축사의 윤리문제, 협회의 역할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특히 개업 후 비슷한 고민과 실수를 격은 것에 공감했고 이것은 우리 건축사들의 개인적인 노력과 협회의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교육과 실무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문제점을 학교에서부터 통합적으로 교육하고 건축교육센터를 조직해 실무와 윤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와 함께 민간부문의 업무범위와 대가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의견은 당장 개업하는 신진건축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워크숍의 결론은 결국 ‘좋은 건축’이다. 각각의 건축사들은 합격의 기쁨으로 함께 받았던 건축사 자격증과 건축사 윤리선언서에 서명한 대로 행동하면 될 것이지만 사실 이 점이 가장 힘들다. 건축사사무소의 특성 상 신진건축사들은 실무에 대한 숙련도는 높지만 영업과 경영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채 세상에 던져진다. 이 위기를 이겨낼 동료나 직원을 구하기도 힘들다. 월급쟁이에서 개인사업자 대표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사회의 냉정함과 엄혹함, 그로 인한 어려움을 홀로 겪어 내야하는 상황에 아닌 것을 알면서도 결국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다.
중견 건축사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아 결국 건축사의 윤리적인 문제와 타협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협회는 신진건축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워크숍의 가능성이 보여주듯 만나고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워크숍에서의 솔직한 경험의 나눔이 워크숍에 참여한 신진건축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듯 처음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는 우리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신진건축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 참석한 신진건축사들도 세월이 흐르면 중견 건축사가 될 것이고 본 협회에서도 해마다 새로 생겨나는 신진건축사들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려면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한건축사협회 인재육성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의 조직이 각 시·도건축사회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 의무가입을 통해 우리 건축사들은 이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 다양한 분야와 세대에 걸친 진실된 현장의 소통은 우리 협회 목소리의 울림을 더 크고 공고히 할 것이고 이런 우리의 노력이 좋은 건축을 위한 의미 있는 소통의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