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해를 맞으며

2015-01-01     편집국장

2015년 청양의 해를 맞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일들로 마음 아픈 새해를 맞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지는 시간이다. 올해는 양의 기운으로 유순하고 자비롭고 온화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씀씀이를 가져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

사람들은 자신의 명예를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자존심에 상처받는 일에 아주 명민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오히려 큰일에는 너그러운데 의외로 사소한 일에 빈정 상한 경험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아주 작은 배려, 마음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바로 본능적으로 전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청산유수 같은 말보다는 진솔한 표정과 대화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천만근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의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작은 교훈을 준다. ‘허름한 옷차림의 노부부가 약속도 없이 하버드대 총장실을 찾았다. 비서는 노부부의 겉모습만 보고 바쁘다는 이유로 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만남을 거절하자 노부부는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해가 저물자 당황한 비서는 뒤늦게 총장에게 보고했다. 마침내 노부부가 총장을 마주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아들이 1년 정도 하버드대에 다녔는데 하버드대를 무척 사랑하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행복해 했다는 것. 그런데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나서 캠퍼스에 건물하나를 기증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총장은 건물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고 웃으며, 구체적인 가격과 함께 현재 하버드대에는 비싼 건물들이 들어차 있다고 했다. 총장의 태도에 할 말을 잃은 부인이 남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학교 하나 설립하는데 비용이 그것밖에 안 드냐. 그러지 말고 대학교를 하나 세우자” 당혹감으로 일그러진 총장을 뒤로 하고 스탠퍼드 리랜드 내외는 곧장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탠퍼드대학교’를 설립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상대방이 조금 부족해 보이고 미천해 보인다 할지라도 결코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듯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할 위급한 순간은 있기 마련이니까. 매순간 깨어있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양처럼 온화한 마음하나만으로도 사람과의 관계는 술술 풀릴 것이고, 사람과의 관계가 술술 풀리면 하는 일도 술술 풀릴 것 같다. 양의 실타래처럼 술술 풀리는 한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