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도방(作舍道傍)
어느 사람이 길가에 좋은 집을 하나 지으려고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 저마다 한마디씩 하게 되고, 그 말을 참고하다 보면, 삼년이 지나도 집을 짓지 못한다는 백과전서 송남잡식(松南雜識)에 나오는 ‘작사도방(作舍道傍) 삼년불성(三年不成)’이라는 말이 있다.
이 여덟 자 고사의 해석 또한 사람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마다 자기 의견만을 최선으로 주장하여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빗댄 의미와 확실한 신념도 없고 계획도 없이 여론에 휩쓸리며, 일을 망치는 줏대 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주인으로서 소신껏 일을 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4월14일 제2기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출범했다. 제1기 위원회가 2008년 12월, 2년간의 임기를 시작했으니 임기종료 후 약 4개월이라는 공백기가 발생했다. 건축기본법 제13조에 적시 되어있는(임의 사항이 아니다) 대통령 소속의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위원회 전체 임기의 6분의 1에 달하는 시간을 소요한 것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또한 건축분야의 특성이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고 정책의 현장 실효성을 낼 수 있도록 민간부문이 긴밀하게 맞물려야하는 복합 현장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보도 자료로 접한 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 18명 중 국가에서 전문자격을 부여한 건축사는 3명뿐이고 (사)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부회장 포함)가 7명,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부회장 포함)가 4명이다. 해당 학회경력을 단 석 줄짜리 주요경력에 포함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로 인해 건축 관련 위원회가 아닌 도시 관련 위원회 구성처럼 보이고 특정학회의 임원이 많은 사실로 인해 임명권자의 권한이지만 인선을 바라보는 건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해당 학회의 회장이 제1기 국가건축정책위원으로 당시 민간위원 선임과 관련해 보은인사 논란을 낳은 당사자인 점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
지난 1월 말 모 케이블 방송에서는 정책조율 및 제도비전 없이 전시사업에 치중한 제1기 위원회의 성과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위원회를 정부의 개발프로젝트를 위한 사업추진기구로 전락시키고 보은 인선을 지적한 비판보도였다.
국내 건축문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각 부처의 상충되는 제도나 규정을 개선하고 구체적인 건축비전을 설정하기 위해 설립된 제2기 위원회 역시 시작은 개운치 않지만 작사도방(作舍道傍)의 어떤 해석으로 풀이될지는 향후 위원회 활동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