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자! 모두의 권익을 위해!

2020-09-17     정장환 건축사ㆍ건축사사무소 안옥
정장환 건축사

2020년 9월 코로나19가 한창인 이때, 대한민국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생각해본다……. 필자는 의사들의 주장이 모두 정당하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필자가 의사들의 파업을 보면서 경이롭다고 느낀 것은 의사 대부분이 의협을 중심으로 분열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건축사들은 과연 저들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수십 번도 넘게 들었다. 우리 건축사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것들이 불합리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저들처럼 우리의 주장을 통일된 목소리로 강력하게 피력하지 못하는가. 도대체 왜? 어떤 까닭일까? 필자는 그 원인을 아래의 세 가지에서 찾고자 한다.

첫째. 건축사의 법적 지위 하향에 따른 무력감
둘째. 시장 대비 적정 건축사 규모 조정에 대한 건축사 의견 배제
셋째. 이익 추구에 따른 건축계 집단 간 반목

필자의 건축사 취득연도는 1997년이다. 이때는 1996년 건축사법에 의해 건축사를 선발했다. 1996년 12월 30일자 건축사법에 나온 건축사의 정의를 살펴보자. ‘건축사라 함은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아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하는 자를 말한다.’ 2000년 4월 29일 건축사법에 의한 건축사의 정의를 보자. ‘건축사라 함은 건설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하는 자를 말한다.’ 면허란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반면 2020년 6월 9일 시행 의료법에 나온 의사의 정의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변동 없이 ‘면허’가 등장한다. ‘자격증’이란 행위 자체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음을 내포할 지라도, 그 행위에 대해 일정 이상 공인된 실력을 지녀 이를 대외에 표방할 수 있다는 증서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면허증’은 증서를 얻을 자격이 있는, 즉 공인된 실력자가 아니면 행위 자체를 할 수 없게끔 하는 효력을 지닌다. 건축사는 의사의 경우처럼 인간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단순 기술직 이상의 역할을 하기에 자격보다는 면허에 속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건축사는 면허증에서 자격증으로 바뀌었고, 이를 계기로 건축사의 권위는 추락하게 됐다.

과거에는 건축사 시험을 1년에 1회 시행해 건축사 규모가 비교적 탄력적으로 조정됐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적정 규모에 대한 검증이나 검토 없이 1년에 2회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 사안에 우리가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무한정 건축사의 숫자만 늘어나는 상황이 된다면, 제한된 시장 내에서 건축사 간 치킨게임이 펼쳐질 것이다. 종국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으로 고착화될 것이며, 대내외에 걸쳐 우리가 가진 경쟁력 또한 약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해당사자인 대한건축사협회가 건축사 규모조정에 관여하고 참여함이 마땅한 일이나, 이런 중대 사안조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증원 반대서명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는 점에서 무력감과 자괴감이 든다.

현재 건축계에는 대한건축사협회를 필두로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등 여러 단체들이 있다. 건축사 소지자를 회원으로 하는 대한건축사협회처럼 각 단체가 추구하는 바와 가입 조건이 있겠지만, 이제 각 협회는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건축계 공동의 권익을 위해 하나가 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만약 건축계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국가 공인 건축사들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은 중요한 통합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회원이 가장 많은 대한건축사협회는 독점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통합할 때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안 될 것이며, 여타 단체들 또한 열린 자세를 취하고 공동의 권익을 위해 대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건축사의 권위 회복, 건축사 적정 규모 조정을 위한 활동 참여는 건축계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 쟁취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각 단체가 반목하지 말고 하나가 되어 권위와 자정 능력을 갖춘 권익 집단이 된다면 우리들 모두의 권익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