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살아가기

2011-04-16     최재현 건축사

동남권 신공항은 어떻게든 결론 났다.

처음부터 예상된 결론이었다. 단지 그래도 지방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동남권의 통합된 경제권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중국은 대국이다. 인구 즉 경제적인구가 세계 최고이다. 그러니 당연히 세계의 중심이 될 수가 있었다. 영종도 공항은 동북아의 허브공항을 유지하기위한 전제조건이 공항의 이용률인데 동남권 신공항 건설시 이용률이 30∼40% 감소되는데 그것을 수도권에서 허용할 것 인가에 대해 처음부터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시험 치기 전에 낙제 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지방에서 살아가기 너무 힘들다. 10년전 만 해도 서울과 지방의 고유의 일과 영역이 있었다. 수도권도 있었고 각 지역단위의 경제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인가 대한민국이 아닌 수도권을 통합한 서울공화국만 있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 주범은 인터넷을 통한 통신 혁명과 KTX로 인한 전국의 1일 생활권이 되면서 서울과 지방의 구분이 없어져 버렸다. 대전까지는 서울외각부에 전철로 가는 시간보다 더 가까우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지방의 역량으로도 충분히 설계가 가능했던 사업도 거의 대부분 서울에서 설계가 이루어진다. 특히 현 정부에서의 발주방식을 보면 Turn-Key, BTL 등 시공사와의 연계된 사업위주로 발주되니 지방의 중·대형 건축사사무소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생존을 위해 서울 대형사무소의 파트너가 되어야하고 또 한편으로는 소형 건축사사무소의 영역까지 수주하게 되니 밑으로 밑으로 결국 소형·개인 건축사사무소는 읍·면 단위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40대 후반의 나이로 대학 졸업 후 설계에 종사한지 20년을 훌쩍 넘은 시간동안 무수한 난간과 험로를 개척해왔다. 졸업 후 선배 건축사의 명예와 그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보면서 박봉에 무수한날들을 야근하면 살아왔다. 장밋빛 희망을 꿈꾸지는 못하더라도 폼 나게 살 수는 있을 것이라고...

IMF, APT 미분양 및 미입주 대란으로 인한 건국 이래 최악의 건설경기, 그나마 남은일도 서울로의 집중화... 앞으로의 진로는? 전망은? 무엇을 해야 할 것 인가? 블루오션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처럼 그냥 열심히 하면 그것이 블루오션인가?

언제부터인가 지방도시에 타워크레인이 보이지 않는다. 건설경기가 일어나지 않는데 지방의 경기 활성화가 될 수가 있겠는가?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위를 쳐다보니 답답하기 만하다.

불행한 생각이 불행한 일을 몰고 온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생각을 지우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본다. 그래도 오늘하루 열심히 일 하고, 강의하고, 회의하고 등등... 보람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아! 정말 바쁘다. 바빠.

이렇게 살다보면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는 마음에 위안을 하면서 기분 좋게 한번 웃고 내일을 기약해본다.

그래도 젊은 나이에 전문직 건축사이자 법인체회사의 대표가 아닌가.

파이팅 미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