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건축생각]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마트 건축(Smart Architecture after the Coronavirus)

2020-09-02     김우종 논설위원
김우종 논설위원

서서히 잡히던 코로나 19가 8월 중순 이후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 모임, 행사 등이 금지되는데 이러한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이미 도시와 건축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 방식 지형 자체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 19는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촉발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러한 대유행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건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서울시가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집단감염과 관련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확인하고자 각 분야 전문가를 투입했다고 밝혔는데, 환기구를 통한 전파 경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역학, 건축, 설비 전문가와 현장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실내공간에서의 감염과 확산은 그 자체로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건축사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건축적 해법은 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사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최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협력적 연구와 제안을 위한 오픈 콜’을 주제로 국제공모전을 개최하고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도시건축 관련 전문가와 연구자들은 코로나 19와 관련된 다양한 제안과 연구들을 진행하고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의 도시와 건축, 디자인 전반에 걸친 모든 활동들을 통틀어 코로나의 발생과 확산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는 묘수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영국 노만 포스터(Foster + Partners)가 3D 프린팅 기술로 개발한 범용 프로토 타입 안면바이저(Flat-pack Reusable Visor)

본질적으로 코로나 19는 현재 근원적인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매일 일터로 향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언제라도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심리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막대한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온전한 휴양처를 마련하고 일상적인 삶을 벗어나는 뉴스를 보며 이를 통해 소득 불평등의 끝은 곧 신체적 안위 조차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현실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건축사가 사회적인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건축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팬데믹을 통해 거주와 이동의 자유를 잃어버린 지금 과연 건축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영국 노만 포스터(Foster + Partners)에서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 마스크를 세척 및 재사용에 적합한 범용 프로토 타입 안면 바이저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 소스 디자인을 바탕으로 디자인 템플릿과 재료 사양을 웹페이지에 공유하고 있으며, 산업 디자이너, 모델 제작자, 건축사 및 분석가로 구성된 팀이 디자인 한 프로토 타입 바이저는 0.5mm 광학 투명 PETG로 만든 바이저, 소프트 PP 헤드 밴드, 수술용 실리콘 고무 헤드 스트랩으로 구성된다. 각 바이저는 시트에서 30초 이내에 절단 할 수 있으며 각 요소는 1 분 이내에 조립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기업가이자 인도주의 디자이너인 카메론 싱클레어(Cameron Sinclair)가 이끄는 기업인 쥬프 헬스(Jupe Health)는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배치 가능한 모듈식 치료 및 회복, 격리실을 설계하고 개발 중이다. 코로나 치료를 위한 이러한 유닛은 일반 병실 비용의 약 30분의 1이며, 발병이 있을 시 수많은 비용과 물류 문제를 안고 있는 농촌 지역에 빠르게 투입될 수 있다. 또한 세계 최초의 모바일 오프 그리드 및 마이크로 그리드 지원 ICU를 통해 킹, 퀸 또는 트윈 베드 2개를 포함하고 있으며, 공기 모니터링 및 소음 감소 기술을 통해 사용 후 쉽게 소독할 수 있다고 한다.

카메론 싱클레어(Cameron Sinclair)가 이끄는 기업인 쥬프 헬스(Jupe Health)가 개발한 모듈식 유닛 병실

또한 영국의 건축전문매체인 디진(dezeen)에 우크라이나 건축사 세르게이 마흐노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대신 주택이 각광받으며, 오픈 플랜의 오피스가 점진적으로 퇴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홈 시스템을 통해 벙커와 같은 요새화된 집이 디자인되며 원웹(OneWeb)과 스페이스엑스(SpaceX)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집에서도 전 세계와 자유롭게 연결되어 소통 가능한 재택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도시농업이 세계화되고 가정에서 식량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자가격리 기간을 견디며 새로운 유형의 홈 비즈니스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근원적인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혼란을 일으키는 현재의 팬데믹은 쉽게 해결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은 결국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해결 방안이 마련될 것이며, 건축사는 이에 걸 맞는 직능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