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의원, "지속가능한 도시 위해 건축사가 시스템 아키텍트 역할 해야"

종세분화 규제 완화 등 용적률 제도 개선 필요

2020-07-16     글 박관희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

제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이자 국회에서 손꼽히는 도시계획·재생 전문가인 황희 의원이 7월 8일 “공공이 공공부지를 확대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주민 거버넌스와 콜라보를 통한 건축설계가 이뤄진다면 그것이 미래의 건축이자, 이상적인 미래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황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부지 확대는 도시와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과 교통, 범죄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숨 쉬는 건축이자 지속가능한 건축은 도시의 주민, 문화예술, ICT 등과 필연적으로 융합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적임자인 건축사들은 ‘시스템 아키텍트’로서 역량과 위상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희 국회의원(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다만 황 의원은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 등 도시의 구성요소들이 자산적 가치 중심의 판단에 집중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고,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을 염두에 둔 듯 “(부동산 대응이)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하다보면 결국 악성으로 변질돼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서 도시공간과 거주환경 개선 성과를 토대로 재선에 성공한 황희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공공부지 확보에 대한 컨센서스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와 함께 용적률 개선을 통한 80층 초고층 아파트 등 고밀·블록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종 세분화 완화 통해 고밀·블록형 개발
공급 늘리면서 녹지공간 확보

Q. 목동 지역에 최대 80층의 초고층 단지 구성 계획을 밝히셨습니다. 취지와 내용은 무엇인가요?

80층 초고층 아파트 개발은 사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투기차단 정책과 궤를 같이 합니다. 다만 공급적인 측면에서 고밀·블록개발을 말하는 것이고, 효율적인 도시공간과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공유공간인 공원과 같은 녹지공간용 공공부지도 상응하는 수준으로 확보하자는 취지입니다. 공공부지 확보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건축사 여러분들은 충분히 공감하겠지만, 도시재생 관련 공무원이나 공동주택 공급자들의 인식은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으로 의견이 모아지길 바라는 의도이고, 필요성과 대책을 함께 제시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고밀·블록개발의 핵심은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목동 단지 4개를 1개 블록으로 구성하고, 4개 단지 중 한 곳을 최대 용적률을 확보하도록 하는 형태입니다. 1개 단지당 용적률이 250%라고 하면 1개 블록의 총 용적률은 1,000%가 되는데 이때 총 용적률을 한 단지에 집중(상업지구)하면 1개 블록 전체의 약 70%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를 기준하면 2배 이상의 주택 공급효과와 함께 공유공간을 확보하는 셈이라 쾌적한 도시 조성이 가능해집니다. 

Q. 주택공급과 공유공간 확보를 위한 고밀·블록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35층으로 규정한 높이 제한과 용적률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블록형 개발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규모 뉴타운 개발로 인한 전세대란과 부동산 상승, 저층주거지역 개발 사례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녹지확보와 30년이라는 짧은 재건축 기한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를 위해서는 질문한 바와 같이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35층으로 묶인 공동주택용 건물 높이 제한 규제, 용적률을 확보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종세분화에 관한 논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목동 지역은 일반주거지역 종세분화와 관련해 단지 간 기준이 상이해 ‘모호하고 원칙 없는 기준’이라는 민원이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종세분화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현재 블록개발을 위한 근거마련과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법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Q. 대규모 아파트 정책이 부동산 문제의 출발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례로 가락시영의 경우 약 1만 세대, 여의도공원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문제는 도시의 순환기능을 막는 거대한 울타리로 소유되는 것입니다. 골목길이나 가로, 도로는 모두가 이용하는 도시의 기능인데도 말입니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재건축이 이뤄졌지만 공공부지는 제한적이거나 찾기 어렵고, 통과도로 역시 사유도로로 인식하기도 하죠. 마포구의 대단지 한 곳은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공서의 입주를 반대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에서 보면 재건축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공공도로와 통과도로를 계획하고, 공급 확대를 위해 고층·고밀로 개발하며, 필지는 개별 필지화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정부의 취지대로라면 녹지비율을 올리면서 공공임대주택은 50%까지 공급해야 하지만 듣기로는 30%밖에 들어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70%는 결국 민간분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공급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처럼 공급자 카르텔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지요.
정부는 수요계층에서 투기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공급자 카르텔에서 비롯된다는 입장입니다. 자세히는 건설사와 건설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금융권이라는 카르텔이 부동산 문제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공 후 30년 된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하는 것은 지퍼가 고장 났다고 명품가방을 새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30년이 경과하면 재건축 물량은 끊임없이 나오는 형국이니 국내 주택 비중에서 아파트가 70~80%로 확대되고, 아파트공화국은 보다 견고해질 것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아파트라는 상품을 개선해야 합니다. 대안으로 100년을 버티는 철골구조의 블록형 초고층아파트를 짓는다면 임대와 주택공급비율을 높이면서 녹지비율도 마련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대의 상승을 막는 것은 결국 공공이 공공부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도 부동산 투기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희 의원이 지난 7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경쟁력 있는 도시는 곧 건축·기능과
   지역 거버넌스 고려한 도시설계에서 비롯  

Q. 천편일률적이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도시 경관 나아가 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언급했는데,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한 바람직한 도시계획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도시경쟁력은 곧 삶의 질과 연계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우리의 도시 콘셉트는 획일적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도 공감하겠지만 천편일률적이고, 행정력이 도시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도시계획이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의 의견 수렴이 중요함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술인들이 공연과 미술 등 창작열을 불태웠던 홍대 주변은 사람이 모이자 지대가 오르고, 사업자들이 몰리면서 현재는 이전과 다른 유흥가 중심의 도시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홍대하면 떠오르는 문화와 도시의 특색이 한순간 사라지고 자산적 가치 중심의 도시로 전락했고, 지역사회의 거버넌스를 잃게 돼 결국 도시의 차별성도 실종됐습니다.
상업지구와 주거지구를 쉽게 도달하도록 설계한 캔버라를 모델로 한 안산시는 육각형 방사형 구성으로 설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도시 축이 무너진 바둑판으로 설계돼 도시 기능이 제대로 구현 되지 못한 사례가 됐습니다.
도심 내 신도시 개발사례인 목동 지역은 당초 공항과 서울도심을 연결하는 거점 비즈니스 도시이자 2~3만 명의 직주근접 도시가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축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고, 토지 자체가 갯벌 같은 연약지반이라 신도시 건설에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결국 도시기능은 설계와 다르게 변했고, 현재는 학원가들이 밀집한 지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양천구 주위로 강서구와 영등포구가 있는 데 강서구는 고밀도 개발이 미진한 반면, 여의도 같은 경우 금융가를 형성하면서 고밀복합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능과 지역 거버넌스를 반영한 도시설계가 필요하고, 이 같은 설계가 이뤄진다면 성냥갑 아파트가 아닌 경관적으로도 우수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이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도시설계 간 문제점 등 분석에 대한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미래 건축에 대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최근 우연찮게 이촌동에서 서강대교 간 한강고수부지를 둘러 봤는데 과거와 달라진 수변환경과 시설물, 도심 건축물들을 보면서 ‘힐링’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시설계와 도시기획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계기였습니다.
현재 우리는 스마트시티를 목표로, 융합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건축도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를 이뤄야 하고, 그 대상으로 문화와 예술 못지않게 데이터와 ICT 등 선진 기술 적용도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최근 건축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기술적용이 요구되고 있고, 활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건축물 자체가 도시를 대표하는 성격을 가진 탓에 건축사 개인의 고유한 개성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유공간을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확보하고, 도시 주민 거버넌스를 반영하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이른 바 공익적 가치를 설계에 담아내는 것이 미래 건축의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사를 목표로 하는 딸에게 ‘시스템 아키텍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건축사가 시스템 아키텍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도시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각 분야와 기술을 최적화 해 새로운 건축, 그리고 도시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융합형 리더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에 건축이 있고, 이 건축이 모여 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숨 쉬는 건축, 콜라보를 이루는 건축이 미래 도시의 가장 필요한 요소라 확신하고 건축사 여러분들의 역할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강재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