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았던 값진 결실 앞에서
설계라는 미명 아래 아무런 경험 없이 법인을 설립한지 어언 11년. 그 동안 나는 건축설계라는 직업을 통해 좁디 좁은 사무실에 틀어박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는 무언가 변화를 가져야 하며 만일 변화를 가질 수 없다면 이 시점에서 세월이 더 흐른 후에는 왠지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매너리즘이 무겁게 나를 압박해 왔다. 그에 대한 나의 돌파구는 또 다른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었다.
다소 긴장감 있게 시작한 만학도에 대한 배움의 선택은 오랜 기간 낡고 틀에 박힌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었던 내게 공부를 통한 세계적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건축업계의 현실적 확인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배움과 함께 현업의 활력소가 되어 매일 매일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학위의 초기에서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 까지 치러내야 하는 각 단계별 절차는 신선한 충격을 뒤로 한 채 서서히 중압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학위과정의 학점이수와 함께 필수항목인 과정을 총정리 하는 공학 졸업시험과 어학시험은 힘겨운 난관이었다. 수차례에 걸친 쓰디쓴 실패를 통해 드디어 3년 만에 박사수료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여기서 멈출 수 는 없었다. 꼬리표를 달기 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학위의 꽃이 되는 테마설정을 통한 논문의 완성과정, 예비발표, 국내 학회지의 논문투고 실적, 가장 복병이라 할 수 있는 SCI(Science Citation Index) 투고실적(Accepted), 본 발표 과정 그리고 본 발표이후 최종 심사과정인 5심 제도의 통과 등 산적해 있는 과정은 실로 난감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논문의 테마설정을 시작으로 국내,외 학위논문 및 학술지 등의 조사를 통해 연구배경과 중복성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론의 정립을 위한 논문의 주요 내용은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한 지속가능한 미래의 친환경 녹색성장의 기초가 될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이 그 핵심사항이며, 이를 통해 공동주택 전생애 주기에 대한 환경부하 및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이 논문을 통해 국내에서 준공된 공동주택의 경우 기 발생된 환경부하량의 확인이 가능하며 향후 건립될 공동주택의 환경부하량을 예견할 수 있다. 특히, 사업초기 단계인 설계단계(건설기획 및 기본설계단계)는 물론 사업시행단계 중 어떠한 단계에서도 평가가 가능하며, 작게는 개별 동단위 평가에서 크게는 단지 단위에 이르는 평가 또한 가능하다. 아울러 정량적인 환경부하량 및 초기투자 비율에 대한 경제적 효과의 사전 확인을 통한 사업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또한 향후 공동주택의 건립시 환경부하 및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활용이 가능하여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새로운 이론의 정립을 통한 학위논문의 완성 과정에서 매 과정마다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대한 벽을 만날 때 마다 나 자신은 더글러스 맥아더의 명언(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저버리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을 떠올리곤 했다. 만 6년이라는 학위과정을 통해 끝이 보이지 않아 그 종착역을 가늠할 수 없었던 이 값진 2011년의 결실 앞에서 학위 수여식장에서 밀려드는 회한의 감격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었다. 올해로 17년을 맞는 회사는 새로운 시대에 또 다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준비를 다시 서둘러 시작하려 한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종합 예술인들에게 우리는 무늬만 건축이 아닌 우리의 참된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진정한 기술자로서 열정을 저버려 영혼을 주름지게 해서는 안 되는 건축사로 거듭나길 기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