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5월의 플라타너스를 벌거벗겼나
5월은 예부터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온갖 꽃들이 산하를 물들이고 신록의 연초록부터 짙푸른 상록수까지 나뭇잎이 연출하는 녹색의 하모니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내 가로수 중 플라타너스만이 몸둥이에 큰 가지 몇 개만 붙어있는 상태로 이파리 몇 개만 달렸거나 아예 단 한 잎도 없이 나목으로 서있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로 최근 기온은 예년보다 7-8도나 높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성장, 그린, 청정에너지가 화두가 된 마당에, 전국적으로 유독 플라타너스 가로수만이 과도한 가지치기로 햇볕을 피하려는 보행인들의 그늘이 되지 못하고 녹색도시 조성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지치기의 목적은 생육을 촉진하고 수형을 조정하여 아름다운 가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구청 당 연간 5억-10억원의 예산을 가지치기에 사용하고 있다한다. 시 전체로 보면 최하 125억원에서 250억원이 가지치기 비용에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자는 용역업체에 조경기술자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하나같이 기술자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고 값싼 잡부를 동원하여 수형에 대한 교육이나 기준 없이 무턱대고 몸둥이와 큰 가지 몇 개만 남겨 놓고 자르는 바람에 5월이 되고 입하(立夏)가 지나도 나목으로 서 있는 것이다. 당해부서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방법을 교육시키고 있으나 전 지역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금년에는 5월까지도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가지치기를 함으로써 완성된 수형 하나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가지치기를 통하여 아름답게 꾸며진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를 잘 알고 있다. 개선문까지 2km에 걸쳐 마로니에와 함께한 플라타너스의 정제된 모습에서 가꿔진 가로수의 아름다움을 본다. 그런가 하면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청주까지 도로와 구 국도 1번의 안양 시내 일부 구간 등에서, 손 하나 대지 않고 자연형으로 길러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보고 있다. 이렇듯 자연형이든 가지치기의 인공형이든 가로수는 가로수답게 풍성한 그늘과 도시의 아름다운 가로환경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 나무 50년생 한 그루는 산소 3,400만원, 물3,900만원, 오염물질 제거 6,700만원 등 1억4천여만 원 어치의 효과를 갖으며, 여름철 50m2(15평형)에어컨 8대가 가동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한 여름철 가로수로 심은 소나무에 그늘에 비해 9도나 기온이 낮은 결과가 작년에 확인되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봄철에는 버드나무처럼 심하지는 않으나 백색가루를 흩날려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빠른 성장으로 인한 뿌리 때문에 보도에 요철현상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여름철 무성한 이파리는 보행자들을 즐겁게 하지만 상가는 간판가림이 심해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상가주인들은 더 많이 잘라 달라고 하고, 용역사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교육도 안 시키고 무지한 잡부를 마구 쓰며, 공무원들은 책임감도 없이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각 구청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이 있는 이 땅에 상록수인 소나무를 가로수로 쓰려는 수종경신을 계획하고 있다.
플라타너스는 세계적으로도 3대 가로수 수종에 꼽힌다고 한다. 다른나라에서 잘 가꿔지는 플라타너스에 대한 정상적인 수형관리교본과 지침을 만드는 것이 수종경신보다 앞서야 한다는 점을 시울시는 명심해야한다. 가로수가 제구실을 하려면 10년 이상 20-30년이 걸림으로 최소한 그 이상의 기간을 생각하는 장기정책을 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