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비즈니스 클리닉
마치 하이테크기술에 중독된 것처럼 철저히 디지털화된 유비쿼터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시시각각 달라져가는 사회변화에 민감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이 들때가 있다. 고객 즉, 건축주들은 점점 다양성과 창의성을 동반한 다소 부담스러운 결과물들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새로운 경제의 흐름에 따른 사회변화를 직시하지 못한체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듯하다.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시 되어버린 건축계의 양극화 시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특히, 이렇다 할 브랜드도 특화상품도 없이 전혀 마케팅화 되지 못한 중소규모 아니 소규모 사무실들은 이래저래 고민과 함께 갈바를 몰라하고 있다.
최근에 이런저런 모임으로 건축사들을 만나게 되었다. 분명 건축사인데도 불구하고 본업과 부업이 상존해 있음을 보았다.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술과 경험한 건축적 지식들을 활용할 기회조차 없이 이젠 생존의 길목에 서서 자기 자신의 모습들을 내려놓고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죽마고우인 건축사친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홀로되어 공사현장에서 페인트칠을 하기도하고 가구공장에서 목재를 다듬고 있다고 했다. 가슴이 무너졌다. 그런데 공통된 점은 하나같이 사무소가 개점휴업 일지언정 폐업신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 건축설계에 대한 애착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건설업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친구는 만날 때 마다 나에게 ‘수동적인 자세로 너무 건축설계에만 집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리더해서 주도권을 부여잡고 부의 원천에 참여해보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도대체 그 주도권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적극적이라는 것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 건축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함께 다양성을 가지고 하나의 과정 즉, 설계시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유관업무에도 직접 관여하여 지속적인 재생산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질 때 까지 입벌리고 기다리지만 말고 발품을 팔아서라도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다운 비즈니스를 하라는 말이다. 자세 안 나온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종합병원에 가면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바로 알 수가 있다. 더 나아가 현 상태는 물론 예측되어지는 질병까지도 알게 되어 미리 예방조치를 내릴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속에서 건강과 가족 그다음으로 중요한게 있다면 대부분 자신이 임하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있는 건축설계감리업무에 기업진단이라면 거창한 표현일지 몰라도 경제 및 사회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현상황들을 보다 정확하게 직시하고 나아갈바를 바로 정해보자는 것이다. 지금은 속도보다도 방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직종의 전문가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치인, 변호사, 의사, 회계 및 세무사, 기업인 등의 CEO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회전반의 흘러가는 모습들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가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좌정관천(坐井觀天)을 뛰어넘어 큰 세상속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바쁘고 힘들 때 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다. 분명한 푯대가 없이 가다보면 과정에 상관없이 결과가 기대치 이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이것저것 다 내려놓고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잠잠히 묵상해보는 시간과 공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