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가 시공 등 사후관리까지 참여···국내 최초 ‘설계의도 구현제도’ 전면 시행
서울시, 건축사의 설계 후 공사과정 참여 제도화 설계의도 구현 대가 마련, 공사비 100억 원 기준 설계비의 8.5% 서울시 발주 공공건축물 공사 즉시 적용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와 산하 기관 발주 공공건축물 건립사업 간 설계자의 시공‧준공 등 공사참여가 제도화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3개의 건축물도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시는 설계 이후 시공과 준공, 사후관리까지 공공건축물 조성 전 과정에 설계자인 건축사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설계의도 구현제도’를 국내 최초로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공공건축의 품격 향상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축사의 설계의도 구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이다.
현행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은 공공기관이 건축물을 조성할 경우, 건축사의 공사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사 참여를 보장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고, 업무범위와 대가산정이 없다보니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진단하고, 설계자가 시공과 준공에 참여해 설계의도 구현을 위한 정식업무로 제도화 했다.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은
건축사 업무가 설계에서 시공까지 연결
실제 국내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를 담당하고 있지만, 설계도면 작성 이후 공사과정에서는 참여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현장에서 도면해석의 차이나 자재변경 같은 다양한 변수가 생겨도, 설계자 없이 진행되다 보니 설계안과 다르게 시공돼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공공건축물 조성 간 건축사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고, 특히 설계의도 구현의 대가기준의 부재로 실시설계 이후 서비스 형태로 인식되는 등 오해와 폐해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대조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건축사의 업무 범위가 설계에서 시공까지 연결되고, 일본은 실시설계단계에서 설계의도 전달 업무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설계자 용역비 중 52%가 설계단계, 48%는 공사단계 참여 비용으로 구성되고, 미국은 설계 70%, 공사 30%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해외 사례에 주목하고, 건축사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등 관련 기관의 자문을 구해 설계의도 구현 제도와 설계의도 구현에 따른 대가 기준을 마련했다. 현재 공사 중인 13개의 건축물을 포함해 앞으로 서울시와 시 산하기관에서 추진하는 모든 공공건축물에 전면 적용한다.
앞으로 설계자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의 실제 시공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돼 현장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설계안과 달리 시공되는 일을 막고, 공사 담당자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불필요한 설계별경 예방으로 공사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도화는 ‘적정대가’와
‘설계자의 참여 보장’이 핵심
서울시의 설계의도 구현제도는 적정한 대가기준 마련, 합리적 업무범위 마련, 설계자의 참여보장 등 세 가지로 추진된다. 우선 대가는 실제 투입되는 비용으로 산정하는 실비정액가산방식 또는 설계비의 일정비율로 산정하는 ‘설계요율방식’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공사 발주시 ‘설계의도 구현’ 용역을 별도로 체결해 대가지급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설계비요율방식의 대가는 공사비 100억 원을 기준으로 설계비의 8.5%이다. 공사기간에 들어가는 실제비용을 기준으로 설계비에 따라 변동되도록 하고, 설계비에 따라 19.9%~0.71%의 구간을 뒀다. 일례로 설계비가 4억1,400만 원 상당의 공공건축물 조성 프로젝트에서 공사기간이 18개월이고, 설계의도 구현을 위해 월 2회씩 총 36회 방문을 했다면 설계의도 구현 총 대가는 4,006만 원이 된다. 설계비의 8.7%에 해당한다. 건축사와 중급기술자를 1회 투입한 대가는 직접비와 제경비, 창작 및 기술료 등을 더해 약 111만 원 수준이다.
설계의도 구현의 업무범위는 ▲설계도서의 해석 및 디자인 의도전달 ▲디자인 품격과 관련된 공정 확인 ▲자재‧장비의 확인‧선정 등 디자인 품질 검토 ▲디자인 관련 시공 상세도 검토‧확인 ▲설계변경에 대한 협의‧자문 ▲인테리어 등 별도 발주 디자인업무 자문 ▲리모델링 등 유지관리 제안 ▲건축과정 중 의사결정 과정 참여 등을 수행한다. 소규모 건축사업의 경우 설계자가 공사 감리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디자인 감리를 따로 두지 않고 공사 감리 시 설계의도 구현을 병행할 수도 있도록 했다.
설계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담보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공사가 완료되면 공사감리나 건설사업관리자가 서울시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는 준공 보고서에 설계자의 ‘설계의도 구현’ 업무 참여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또 관련 내용을 공공건축물 조성 부서와 시 산하기관에 공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새롭게 시도하는 제도인 만큼 1년 간 면밀한 모니터링과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은 “그동안 설계의도 구현을 위한 설계자의 공사참여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모호했지만,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제도화해 타 공공기관과 건축관련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서울시 공공건축물에 전 세계 건축사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를 준공까지 구현할 수 있는 이번 제도 마련이 공공건축물의 품격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