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진 시간의 슬기로운 건축士 생활
필자는 건축사 업을 한 지 9년차다. 창의적인 설계를 위한 모티브를 얻기 위해 드라마,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느려진 시간’ 탓에 영상 매체를 볼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 종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즐겨봤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 중 의사라는 직업을 위주로 희노애락, 자기성장, 사회공헌, 여가생활에 대한 주제를 다룬 TV방송이다. 전공이 각기 다른 동기 의사들의 대학병원 생활이 본인 위주가 아닌, 생명을 보존하고 중점적으로 헌신하는 철저한 봉사의 삶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현실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에선 일부 지역 의사협회 회원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기 업의 매출은 작년 대비 43% 떨어져 정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일 것이다.
건축사의 삶을 적어보겠다. 건축사 자격 취득 후 사무소를 개설한다. 업무는 건축설계, 감리, 건축물 관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건축법을 설계에 반영해야 하고, 좋은 건축주를 만날 때 창의적인 설계를 해 자기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직업이다.
여러 매뉴얼로 된 규칙과 법규가 있긴 하지만 건축 안전과 관련해 수시로 강화되는 건축법은 조금 더 경제적으로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의견에 반한다. 강화되는 건축법은 건축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건축주에겐 부담이 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강화하는 것이지만, 그 시기와 절차 강화가 빈번히 일어나고, 평생에 몇 번 건축을 짓는 건축주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더러 분쟁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의사는 생명을 살리고, 그 결과가 어찌하였든 환자와 보호자들에겐 감사 또는 미안함으로 인사를 받는다, 건축사는 조금 더 경제적이거나 혹여 창의적(이 또한 경제성에 기인했을 때)인 건축물을 만들었을 때 건축주에게 감사 또는 미안함으로 인사를 받는다.
생명과 경제성, 인간의 생명을 돈에 비유하는 것은 비도덕적이지만 생명보험이라는 잣대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의사들을 보면 생명과 경제성을 달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와 건축사의 삶을 생활에서 비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코로나19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건축사분들이 업무에 쫓기며 살아가는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느려진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본인이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삶을 가져보자, 의사 앞에서 건강을 진단 받고 삶을 돌이켜볼 때 어떤 물질 어떤 경제성보다도 자기 주변과 함께해온 인연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빠른 시간을 위해 이 느려진 시간을 준비의 시간으로 활용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폴 해리스(로타리 설립자)의 명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잔잔하게 행복이 흐르는 소박한 집’은 ‘호화롭지만 평화롭지 않은 궁전’보다 무한히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