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공공건축물 석면관리‧해체, 감리원 지정 요건 완화해야
국내 석면건축물 55.2%가 공공건축물···전국 9,936개 학교에도 석면건축물 포함돼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 된 석면이지만, 전국 공공건축물을 등을 포함, 여전히 석면건축물을 만날 수 있어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석면건축물은 석면건축자재가 사용된 면적의 합이 5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또는 석면이 함유된 분무재와 내화피복재를 사용한 건축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6월 5일 현재, 국내 석면건축물은 2만2,67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3,850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가 2,850건, 경상북도가 1,944건, 경상남도가 1,789건으로 뒤를 이었다. 석면건축물 1,000건 이상 보유한 광역지자체가 10곳이나 된다.
특히 전국 2만여 석면건축물 중 공공건축물이 전체의 55.2%인 1만2,535건을 차지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2,850건의 서울시 석면건축물 중 1,202건이 공공건축물이다. 문제는 종로구청 본관, 국립중앙도서관, 전쟁기념관 등 이용객과 민원인, 관람객 등 불특정다수가 출입하고 있는 시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관내 어린이집 259건, 대학 및 관련 시설 647건, 도서관·독서실 45건 등 유아에서 중고등학생, 대학생에 이르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석면건축물이 대거 포함돼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면은 대기 속에 있는 석면 섬유가 폐로 들어와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와 같은 질병을 일으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자는 총 46명, 질병으로 보면 폐암이 28명에 달한다.
20세기 초 건축자재 기술개발로 가볍고 열에 강한 슬레이트로 변신한 석면은 건축업계에서 각광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산업화가 진전된 나라에서 이용이 확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단열재 ▲보온재 ▲천정재 ▲바닥재 ▲지붕재 ▲내장벽재 등의 형태로 활용됐다. 이후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199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용금지, 석면비산 강화조치가 내려졌고, 현재는 개발도상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2009년부터 국내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정부는 석면건축물 관리를 위해 공공기관, 지자체, 지방공사 및 공단,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이 소유 및 사용하는 건축물로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시설로서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 별표1의2 3호에 해당하는 건축물에 한해 석면건축자재의 사용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이외에도 건축법 제2조2항에 따른 문화 및 집회시설, 의료시설, 노인 및 어린이시설로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인 시설, 영유아보육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어린이집, 유아교육법 제7조에 따른 유치원, 초중등교육법 제2조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등 교육시설에 대해서도 석면조사를 실시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대로 다수의 교육시설에 있는 석면건축물에 대한 평가와 관리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으로 전국 2만805개 학교의 47.8%인 9,936개 학교에 석면건축물이 있고, 석면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위해성이 높음 등급은 1개 학교, 중간 등급은 53개 학교, 낮음 등급은 9,882개 학교로 나타났다. 전국 학교 절반가량이 석면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위해성 관리에는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 4월 공개한 ‘학교시설 석면 위해성 평가 및 안내서 개정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석면 해체·제거작업이 완료된 학교 2곳을 제외하고 19개 학교를 살펴본 결과 15개 학교가 평가 지점을 대거 누락한 채 위해성 평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00초등학교는 석면이 손상되고 비산성이 있는데도 물리적 평가 점수를 0점으로 하고 7점에서 15점인 평가 총점을 1점에서 4점으로 하는 등 00초등학교를 포함해 18개 학교의 석면 위해성 평가결과가 ‘석면건축물의 위해성 평가 방법’과 달리 부실했고, 특히 서울특별시교육청 소관 4개 학교(00초, ㅁㅁ고 등)는 위해성 등급이 중간인데도 낮음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석면 위해성 평가 부실 및 관리가 지적된 18개 학교에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할 것과, 조치방안 역시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안전한 교육시설 관리를 위한 석면제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2027년까지 매년 300만제곱미터의 석면제거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관련 사업을 통해 지난 2018년 1,519개교, 2019년에는 1,655개교에서 석면을 제거했다.
한편, 원활한 석면건축물해체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북부권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전국 70% 이상의 건축사사무소가 1인 건축사사무소인 현실에서 석면해체감리인 인력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가 석면해체 작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해체감리업무를 위한 충분한 교육이 선행됨에도 인력기준의 강화조치는 빠르고 적기에 해체되어야 할 석면건축물의 관리를 지연시키거나 관리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육시설과 국민 대부분이 활용하는 공공건축물의 절반이 석면건축물인 현실을 생각할 때 석면해체감리인 기준을 완화해 나가는 것이 안전하고 빠른 석면건축물해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조치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