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문화

2011-02-16     장양순 건축사

고대 로마 시 중앙의 대 광장을 일컫는 포럼(Forum)은 상거래시장이 서고 재판도 하며 정치집회장과 자유토론의 장으로 그 용도가 다양하였으며, 주변에 신전과 사원 그리고 도서관과 공중목욕탕 등이 있었기에 이들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포럼형식은 로마의 영역에 속하는 서구와 중근동 및 아프리카 북부까지 새로운 도시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대의 포럼은 자유토론의 장으로서 직능별, 직업별, 산업별로 지역, 국가, 세계적인 기구를 형성하여 이뤄지고 있다. 또한 단순한 토론을 넘어 결과를 만들어 이를 통합된 의견으로 내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토론이 통합된 의견으로 집약되어 결정에 이르는 용어로 코커스(Caucus)가 있다. 미국 정당들이 공직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뽑거나 고위급 당원모임을 일컫는 이 말은 지금 종교나 사회단체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JC의 회장선출을 위한 코커스 미팅은 후보자의 JC 경력은 물론 학 경력부터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근 100여개에 달하는 항목을 집중 질문을 통하여 회장을 선임하게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를 비롯한 세계 각 곳의 포럼에선 수많은 토론들이 오고갔겠지만 세계적인 명 토론은 불경에 기록되어 있다. 인도의 일부를 점령한 그리스계 메난드로스왕은 인근의 현자들을 상대로 토론하여 진적이 없기에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하며, 인근의 유명한 나가세나 존자에게도 대론을 제의한다. 나가세나가 “왕이시여, 현자의 대론을 원한다면 승낙하겠으나 왕의 대론이라면 안하겠소.” 라고 하자, 왕은 그 차이점을 물었다. “현자의 대론은 문제가 해명되고, 비판 받고, 수정 받고, 반박도 받지만 그로서 성내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왕들은 대개 한 가지 일을 주장하고, 한 가지 점만 밀고 나가며, 만일 그 일과 그 점에 따르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는 이러 이러한 벌을 주어라’라고 명령합니다.” 결국 메난드로스왕은 현자로서 그와 토론하는데, 그 내용이 미란다경에 있다.

▲한국의 노무현대통령은 파격을 좋아하여 취임 초 평검사들과 현자를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면 막 가자는 이야기죠’라는 한마디에 왕의 토론이 되어 버렸다. 사지선다형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우리에게 철학을 비롯한 체계적인 독서와 논리적 쓰기가 필수인 토론은 어려운 일이다. 모 방송국의 심야토론 프로그램은 토론이 아니라 전쟁이라 하는 편이 맞을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이번 처음열린 사협회의 회장 토론회는 우문현답의 멋진 토론회였다. 홈피에서 녹화된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