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야 건축설계 대가기준(요율) 개정, 1993년 이후 ‘28년만’
“1억 원 이하 소규모사업 최저설계비 보장, 10억 원이하 대가요율은 최대 2.6배 상승해야"
지난 5월 초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 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확정하고 통보했다. 세부지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최초로 예산에 공공건축 계획설계비를 포함했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계획설계비를 반영하는 것은 혁신적 디자인 구현을 지원해 공공건축의 국가·도시 상징성과 문화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내년에 추진되는 공사비 200억 원 이상 건축사업을 대상으로 주무부처(기관)와 기재부가 협의해 계획설계비 지원 사업을 선별하게 되고 계획설계비의 10% 이내에서 추가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공사비 250억 원의 공공건축물 건립사업의 설계비가 1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설계비의 10%에 해당하는 1억 원을 더해 총 설계비 11억 원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달 28일에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규제혁신심의회를 열어 연말까지 공공발주 건축물 설계비 지급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발표내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건축사의 건축설계비 대가기준은 2002년 개정된 것으로 일부 인식돼 있지만, 1993년 고시된 대가기준을 그대로 계승해 실제로는 28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는 물론, 인허가 제출도서와 절차가 꾸준히 강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의 건축사들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1993년 고시된 대가기준은 1992년 대한건축학회에서 연구한 ‘건축사 업무 및 보수기준 개정에 관한 연구’를 근거로 하고 있고, 대가 요율은 공사비×요율로 하고, 당시 건축사보 월임금액에 실비보상가산식에 의한 승수를 적용한 금액으로 나눠 도출했다.
대한건축사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2018년부터 대가요율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건축사사무소 운영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기 때문에 기존 건축설계 대가기준의 요율을 고수할수록 건축사사무소는 적자 운영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실제 2017년 발행된 건축백서에 따르면 건축분야는 매출액 대비 40~80%를 인건비가 차지한다. 한편으로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2.49%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엔지니어링 기술자의 노임단가 상승률은 110.6% 수준이다. 상승률을 단순비교해도 엔지니어링분야 인건비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에 가깝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공사비일수록 요율지수는 낮아져 건축사사무소의 매출 감소는 그렇게 28년 동안 누적되어 온 셈이다.
거기다 녹색건축물 등 각종 심의와 인증 의무화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건축사법 공공부분 대가기준에는 이와 같은 항목이 미반영되고 있고, 대가산정 시 직접인건비의 경우 여전히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준용하는 등 건축사와 건축사보만의 기준 대가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업무수행에 따른 대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건축계에서는 세무 및 고용직업분류에 건축사 및 건축사보를 명기해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업무고유속성을 반영한 대가기준 신설과 심의 인증 확대에 따른 별도의 대가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공공발주사업 중 실투입 인력과 업무 등이 중규모 이상의 사업과 차이가 없는 소규모 건축설계의 특성 반영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최저설계비 보장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일례로 1억 원 이하 소규모사업 설계비와 관련해 공사비 1억 원의 경우 요율 20%를 적용한 2,000만 원, 공사비 5,000만 원의 경우 요율 23%를 적용한 1,150만 원 등의 최저설계비를 보장해줄 것과 도면작성기준과 사업업무 표준화·단순화를 지적했다.
10억 원 이하 소규모 사업과 관련해서도 개선안이 제시됐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소규모 발주사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사비 기준 평균 31.9%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나 해외사례를 종합해 기존대비 2.1에서 2.6배 상승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해외 국가들 중 일본의 경우 2배, 영국의 경우는 한국보다 약 3배 이상 설계대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영국은 설계변경에 대해 추가 대가 지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됐다.
협회는 이처럼 당국자들이 설계업계 현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장한 업무대가 산정기준 마련을 하도록 건축사 업무 및 예산 관련 주무부처 담당자들과 3년여의 지난한 협의를 거쳐 일단의 성과를 얻게 됐고, 추가적인 공공대가 인상을 조율 중이다. 이번 대가기준 요율 개정으로 현행 대가요율 대비 최대 12.7% 인상됐다. 공사비 20억 원 이하 소규모 건축물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소규모사업 평균 인상률은 7%다. 이에 따른 내년도 공공분야 설계발주금액 년 9,000억 원을 기준으로 약 500억 원이 증가됐다.
협회 관계자는 “1993년 이후 28년만에 공공분야 건축설계 대가기준(요율) 개정돼 최고 12.7%, 평균 3.3% 인상됐고, 개정 대가기준은 2021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면서,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추가적인 공공대가 인상과 함께, 민간분야에서도 공공대가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