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법에 대한 이해

건축사 및 유사 명칭 사용에 형사처벌 규정 고민 필요

2020-06-01     김수섭 변호사 법무법인 나라
김수섭 변호사

나는 사법연수원 27기로 20년 조금 넘은 경력의 변호사다. 내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나라’에서 아르바이트, 변호사 시보를 거쳐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다른 법률사무소에 대해 모른다. 가능하면 이 회사에서 내 변호사 인생을 마치고 싶고, 또 나와 인연을 맺은 많은 분들과의 연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사건뿐만 아니라 전화, 문서로 하는 상담 업무도 신속하게 대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서로 질의를 주시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의견서를 드리려고 한다. 그럼, 건축사법을 기준으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린다. 

첫째, 건축사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건축물 설계, 공사감리건축물 조사 및 감정, 건축물 현장조사, 검사확인 등이 업무 범위다. 이에 따르면 건축에 대한 모든 소프트웨어의 총 지휘자가 건축사임을 알 수 있다.

둘째, 건축사가 아닌 사람은 건축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 한다. 이는 건축사법 제12조(유사명칭의 사용 금지)에 명시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조항은 변호사법, 의료법 등에도 명시돼 있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에 반해 건축사 및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사람에게는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 100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도 아니고, 행정처분에 불과한 과태료로는 유사 명칭 사용을 막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건축가’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다. 사실 용어로 보면 ‘건축사’보다 ‘건축가’가 오히려 더 대가인 듯 보이기도 한다. 이는 변호사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법률가’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말이다.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유교문화권이라 ‘가’의 의미가 ‘대가 또는 대인’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한때 텔레비전에서 서민들의 집을 지어주는 일로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분 또한 건축사가 아님에도 건축가로 명성을 날리셨던 기억이 난다. 변호사법과 마찬가지로 유사 명칭 사용과 관련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건축사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방안 중 하나는 징계 권한을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가지고 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징계 권한을 대한건축사협회가 갖지 못한다면 건축주와의 분쟁, 과다 또는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 등에 의한 부당한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대한건축사협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건축사들이 국토교통부, 시도지사에게 메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권한을 대한건축사협회 및 각 시도건축사회가 획득해 자율적인 정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업계에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권한은 행정청이 쥐고 건축사법에는 건축사의 의무만 열거하고 있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 때 “책임이 있는 곳에 의무가 있다”는 주장으로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반대하던 말이 생각난다.

넷째, 현재 건축사는 협회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이는 향후 대한건축사협회의 힘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건축사의 정당한 권리 추구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독재정권과 결탁한 것이 아니냐는 욕도 들었던 대한변호사협회가 지금 인권의 기수로 나설 수 있는 힘이 생긴 이유 역시 가입이 의무화돼 회원들이 힘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입 의무 조항은 변호사, 의사 등에게 모두 적용되고 있음에도 건축사법에만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체는 공익적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이익 단체의 측면 또한 지녀야 하는데, 행여 국토교통부가 이익단체의 역할을 과도하게 근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