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 확보하려면

2020-06-01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최근 경영계에서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구글은 고성과 팀의 특징을 분석해봤더니 조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학계에서는 하버드대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연구가 유명하다. 그는 팀워크가 좋으면 의료 사고가 적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모았는데 의외로 예상과 정 반대되는 결과가 나와 당혹스러웠다. 팀워크가 좋을수록 의료 사고가 더 많이 보고된 것이다. 

상식에 반하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심층 연구를 해보니, 팀워크가 좋으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실수나 실패를 자유롭게 보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반면, 팀워크가 나쁜 조직에서는 사고나 실수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실수나 사고가 은폐되면 실패를 통해 학습이 불가능해지고 조직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나중에 치명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에드먼슨 교수는 여기서 심리적 안전감이란 키워드를 도출했다.

심리적 안전감은 경영자들에게 유용한 통찰을 준다.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심각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거나, 조직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상사나 동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 많은 조직원들은 입을 닫아버린다. 심리적 안전감 확보는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의할 요소가 있다. 많은 리더들은 친절하게 직원을 대하면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지고 조직의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을 잘 대해주면 심리적 안전감이 다소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심리적 안전감은 이것 이상을 의미한다. 조직의 낡은 관행이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슈, 심지어 리더의 견해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갖는 게 핵심이다. 친절을 강조하는 문화는 오히려 이런 문제제기나 비판을 억제할 위험이 있다. 상대에게 친절해보이지 않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가 만들어진 조직이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심리적 안전감 확보는 리더십의 가장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다. 단순한 친절함만으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전문성을 토대로 리더의 마음을 자주 불편하게 만드는 소위 ‘프로 불편러’를 리더가 아끼고 중용하는 것이다. 또 매번 회의 때 불편한 화두가 등장했을 때 이를 적극 칭찬하고 독려해주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불편한 이슈를 드러내고 대안을 찾기 위해서 이런 회의를 한 것이다. 이런 이슈를 제기해줘서 너무나 고맙다”라는 말을 리더가 자주 하고, 또 리더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부하 직원에게 끝까지 신뢰를 보내준다면 팔로어들은 조금씩 말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