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관계를 맺는 것

2020-06-01     윤덕일 건축사 기흥건축사사무소<충청남도건축사회>
윤덕일 건축사

우리는 반복된 일상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일상이 반복된다는 말이 어울릴까? 건축사로서, 건축인으로서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보며 반복되는 일상 탓에 건축을 생계유지 수단의 도구로 접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과연 좋은 건축이란 무엇일까? 나의 건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건축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만약 공간이 구획돼 있다면 이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는 공간은 과연 우리가 바라던 공간이었는가? 만들어진 공간에 우리가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좋은 건축의 절대적인 기준이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안과 밖을 구분 짓지 않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다른 조건들을 고려할 때, 즉 일상에 대해 섬세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용했을 때 좋은 건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은 공간에 관계를 맺게 하고 환경을 만들어 에너지, 재생, 복지 등 삶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아우른다.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람과 자연과 건축이 함께하는 공동체적 사회가 되어야 한다. 건축에 있어서 창의적 공간은 그 목적성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간, 그래서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공간, 여백의 공간에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공간. 정해져 있지 않아 변하고 확장하고 쇠퇴하고 우리의 삶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건축이란 무엇인가. 인류의 역사 동안 건축은 항상 우리의 배경이자 일상이었다. 태어난 곳, 공부하는 곳, 일하는 곳 등 일상의 생활 속에 공간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했다. 공간이 사람의 활동 사람의 삶을 담을 때 비로소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영역이라는 개념은 건축에서 논의하는 공간이나 장소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포괄적인 범주를 가지고 있다. 건축은 움집주거부터 시작해 지금의 아파트 주거문화까지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건축사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건축사의 자격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건축물과 공간 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건축물을 경험할 때 내부(interior)의 모습 위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닌 모두가 공적으로 이용하는 도시공간 속 건축물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이 위치하는 도시의 맥락(context)과 상통돼야 한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도시공간을 ‘공공 공간’이라고 한다면 그곳은 다양한 공적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공간에서 꼭 필요한 곳이다. 이는 도로, 공원 등 도시의 구성요소뿐 아니라 건축물의 내·외부공간까지 포함한다. 그러므로 도시에서 완전히 사적인 건축물을 짓는 행위는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 도시에 적합한 건축물을 만들려면 건축사들은 이 점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건축주에게 적합한 공간을 설계해주되, 도시와의 조화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건축사에게는 있다. 

과연 좋은 건축은 무엇일까?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성 고민하면서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