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

2011-02-01     조원용 건축사

인류의 건축문화는 훌륭한 건축가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러한 결정을 해준 식견 높은 ‘건축주’가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건축분야의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건축가를 교육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더 나아가 건축주를 교육해야 한다. 즉, 일반 대중이 ‘좋은 건축주’가 되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우리와 같은 기존의 건축 종사자들이 먼저 앞장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건축주 만나기를 소원하지 말고 좋은 건축주 만들기를 소원하자. 결국, 건축가는 건축을 디자인하지만, 건축주는 문화를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필자 자신부터 이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지난해 말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란 책을 출판했다. 지난 수년간 조금씩 써 모았던 글이었는데,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우수저작 상에 당선되기도 했다. 책은 생각 외로 대중의 호응을 얻으면서 2개월 만에 2쇄를 인쇄했고 이달 중순쯤엔 전자책과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그사이 KBS 라디오를 비롯한 이런저런 매스컴들과의 만남도 있었고, 강연을 요청하는 대중들과의 만남도 수차례 이루어졌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건축에 대한 대중의 갈급함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중을 위한 건축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할 필요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건축주 교육의 근본적 방안은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어린이를 교육하는 것에 있다. 어린이에게 ‘건축을 통한 창의교육’을 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자는 이미 1년 전부터 ‘건축사 조원용의 건축창의체험’을 시작했으며, 여러 도서관과 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한 단체나 기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건축을 통한 창의교육을 하면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축과 공간을 어릴 때부터 3차원으로 체험하며 학습하게 되면 우리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공간 지각력은 물론이고, 사회성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학습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식을 함양시키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만드는 체험을 통해 협동심과 질서를 배우고, 몰입과 반복을 통해 인내심을 기르며, 또한, 원리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 개발로 보편적 학습 능률도 향상되는 것이다. 이렇게 놀라운 경험은 어린이 스스로 느낄 수 있으며, 사회에서 올바른 인격체로 자라가게 한다. 또한, 건축을 놀이로써 경험하며, 2차원의 평면을 3차원의 공간으로 만들고, 3차원의 입체를 2차원의 평면으로 표현하며 체험하는 동안 우리 어린이들의 우뇌 활동과 소근육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6학년은 불과 6년 후면 대학을 선택하게 되고 4학년은 8년 뒤에 그러하다. 현재 초등학생은 대부분 앞으로 10년 정도 또는 그 이내에 그들의 진로를 결정하고 대학에 다니게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지도했던 어린이 중에는 필자가 봐도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영재들이 꽤 있었다. 6살 어린이의 집중력과 완성도가 6학년을 능가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 건축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장래 건축 학도로써 준비된 인재가 될 것이 틀림없을 뿐 아니라, 차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우리나라 건축분야의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우수한 건축가가 될 것이다. 설령 건축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건축에 대한 이해도나 생각의 깊이가 출중한 좋은 건축주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린이에게 관심을 두고 가르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에 유례없이 온돌과 마루를 접목해 선진 문화를 누렸던 우리나라의 건축이 다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을 필자는 품고 있다. 앞으로 30년, 40년 후 좋은 건축주가 많아지게 될 다음 세대에서는 그러한 일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천하러 어린이들을 만나러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