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거리 조성사업 통해 노점들 이전
종로거리 문화예술공원 설치함으로 보행환경과 도시경관 개선 기대

서울시 교통본부는 ‘종로특화거리 조성사업 계획’을 지난 4월 7일 발표했다. 사업의 취지는 노점상 전국 최대 밀집지역인 종로를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편입시켜 노점들을 이면도로로 이전시키고, 그 자리에 간이공연장과 문화예술공원을 설치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고, 상인들에게는 안정적인 영업환경 확보와 이미지 개선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데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 사업으로 보행환경과 도시경관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2단계로 진행할 예정인데, 1 단계 사업은 관철동 젊음의 거리와 낙원상가주변에서 시작되는 수표다릿길에 대한 사업이다.

▲ 특화거리 조성 후 모습(관철동)

관철동 젊음의 길(일명 피아노 거리)은 길이 150미터, 폭 14미터의 거리에 기존에 설치되었던 피아노 구조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규격화된 시설물을 설치하여 90여 개의 노점이 대로변에서 옮겨와 액세서리와 공산품 등을 팔게 하고 낙원상가 주변 수표다릿길(길이 210m, 폭 14m)은 인사동 거리와 연계해 외국 관광객이 즐겨 찾도록 하고, 건너편 국일관 주변 수표다릿길(길이 180m, 폭 14m)은 청계천 방문객이 찾을 수 있게 음식·공산품 특화거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수표다릿길 낙원상가·국일관 주변 정비사업은 오는 6~7월 마무리되지만 전신주 지중화 사업에 시간이 걸려 올 연말쯤 완성 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는 현재 종로 1∼3가 대로변에 있는 노점(종묘공원 40개 포함) 293개를 3개 특화거리에 재배치하고, 노점이 떠난 대로변 자리엔 녹지공간을 새로 꾸밀 계획이다.

▲ 특화거리 조성 후 모습2(관철동)

2단계 사업은 종로 4~6가 노점상을 골목 안으로 옮기는 것으로, 내년에 본격화된다. 대상지역 일대의 노점상과 상가 상인들에게 노점양성화·상권활성화를 약속하고 꾸준히 논의해 특화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불법 노점상을 제도권에 끌어들이는 대신, 정당한 사용료를 내게 하고 전매·전대(轉賣·轉貸)를 못하게 하며, 상가 상인들과 겹치지 않는 상품을 팔도록 유도해 서로 득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한 김두한·우미관·한국기원·낙원상가처럼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인물·건물을 살려낸 거리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울시는 종묘∼청계천을 이을 총 길이 1㎞, 폭 90m의 세운 녹지축 사업을 2015년 완성 할 예정이다. 다음 달 종묘 맞은편 옛 현대상가 자리에 길이 70m, 폭 50m의 녹지광장을 시작으로, 2012년 세운·청계·대림상가 간 길이 290m, 폭 90m 녹지가, 2015년 삼풍·풍진·신성·진양상가 간 길이 500m, 폭 90m 녹지가 생겨 서울 남·북 녹색지대를 잇게 된다.

종로의 명물 귀금속 단지는 관광자원으로 육성된다. 묘동·돈의동·예지동·인의동과 종로 3·4가 등 종묘 주변에 산재한 2800개 관련 사업장의 역량을 한데 모을 귀금속 산업 뉴타운 지구(jewelry business park·12만5180㎡) 설치를 포함한 ‘산업 뉴타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귀금속 중소제조업체 임대공간, 법률·회계·컨설팅 지원시설, 바이어 접객·상담 공간, 전시·컨벤션 시설로 꾸리도록 내년까지 지역 내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고, 인사동·청계천·종묘와 연계한 관광 마케팅을 통해 세계적 귀금속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야심 찬 계획의 시행을 앞둔 서울시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서울시는 종로거리를 특별한 지구로 묶어서 활성화 시키고 시민들에게는 보행권을 상인들에게 안정된 영업활동을 보장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인 거리 종로가 복잡한 도로변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문화시설을 배치함으로써 활성화되고 특화 될 것이라고 보는 서울시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로라는 곳은 단순한 상업적인 요충지이기 이전에 조선시대 육의전 거리로부터 비롯된 역사적인 활기가 담겨있는 곳이며,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역사적인 지층이 쌓여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과 상상력이 없는 보존과 개발은 필연적으로 원형을 훼손하고 고유의 가치가 상실되는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제3공화국시절에 상공에서 보이는 초가집이 궁핍해 보여 빨갛고 파란 슬레이트지붕으로 바꾸었던 무지막지한 정책과 다를 바 없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과 희미하게 남아있는 후발 개발도상국의 열등감의 결과로 비쳐질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종로거리가 가지고 있는 활기를 단순한 무질서로 보고대로의 이면으로 밀어 넣는다고 종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사적인 도시의 재생을 일반적인 도시계획의 관점으로 측정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역사도시는 그에 걸맞은 통찰과 안목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콘텐츠는 보존되고 확장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인근의 피맛길 훼손과 같이 역사적 도시의 구조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또한 북악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살리고자 시작되는 ‘녹지축 다시 잇기’도 서울시가 주장하는 훌륭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녹지축 주변으로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예지동 장사동의 500년 가까이 이어져온 골목길들을 없애면서 스스로가 자신의 명분을 없애버렸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녹지축의 재생이라는 명분도 사실은 고밀도 개발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상쇄하려는 허울뿐인 명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 생각된다.

서울시는 눈에 보이는 능률과 질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구한 역사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개발과 보존을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하며 진행하여 600년 역사도시로서의 맥락이 끊어지지 않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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