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입주를 시작한 서울시 신청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시민들의 입을 빌어 기존 청사와의 조화가 부족하다거나 위압적인 외관이 낯설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으며, 건축실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조차 ‘턴키방식’이라는 발주제도의 문제점을 들어 건축사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였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쿄 도청사나 런던 시청사처럼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는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의 탄성도 들려온다.

이러한 논란의 원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공건축의 조성과정에서 사용자의 배제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서울시 신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지어지는 수많은 관공서나 학교, 도서관 등 거의 모든 공공건축은 기획에서 설계, 시공에 이르는 조성의 전과정에서 일반시민을 포함한 사용자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반시민이 사용주체가 되는 대부분의 공공건축에서 사용자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가 곧 낯설고, 불편하고, 때론 위압적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것이다.

공공건축의 조성과정에서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디자인품질지표(DQI, Design Quality Indicator)에 의한 디자인품질관리제도가 있다. 영국의 디자인품질지표(이하 DQI로약칭)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학교, 도서관, 관공서 등 대부분의 공공건축에 적용된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발주담당자와 시설물관리자, 최종사용자 등의 사용자그룹이 구성되고, 이들에 의해 프로젝트의 성격과 예산규모, 입지 등을 반영한 설계목표가 설정되는데 이후의 설계 및 시공,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이러한 설계목표가 얼마나 잘 반영되었는지를 점검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설계자와의 토론을 거쳐 그 설계 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설계자의 창의성은 최대한 존중하면서 사용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실제로 런던의 대영도서관 리노베이션에서는 DQI를 거친 결과 시설물의 관리자와 최종사용자들이 다함께 만족하는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여년에 걸친 점진적인 제도도입과정을 거쳐 영국에서는 DQI의 적용이거의 모든 공공건축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러한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과 호주 등에서도 DQI의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건축의 획일적인 발주제도에 대한 개선논의와 함께 디자인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감사원과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조달청 등을 중심으로 시범적용을 통한 한국형 DQI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건축의 디자인을 포함한 전반적인 품질에 대한 평가는 최종사용자인 일반시민에 의해 이루어지는 만큼 조성의 전 과정에서사용자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된다. 더 나아가 초기 기획단계에서 건축사 등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명확한 설계목표의 설정이 이루어져야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그룹이 참여하는 지속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설계안을 발전시켜 가는 방식이 디자인의 품질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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