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건축을 향한 버크민스터 풀러의 후예들

노휘의 건축생각 노휘 논설위원l승인2020.03.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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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휘 논설위원

요즘처럼 인류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상황이 근래에 있었던가 싶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인류가 아직 잘 모르는 것과 같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을 이겨내기도 전에 인류가 사라질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다. 테슬라의 CEO이자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나사NASA의 유인비행계획인 2030년 보다 6년이나 빠른 2024년에 화성에 이주도시 건설을 위해서 사람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머스크는 인류가 화성에 가야 할 이유를 멸종에서 찾았다. 그는 인류가 영원히 지구에 머물러 그대로 멸종하는 것보다는 우주 여러 행성에서 번성하며 다행성에 존재하는 종이 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상 같은 계획을 2012년 설립된 네덜란드 벤처회사 마스원(Mars One)도 추진한 바 있다. 2015년에 영구 정착할 신청자를 모집하였는데 20만 명이 넘는 신청자 중에 100명의 후보자를 선정했다. 아쉽게도 2019년 1월 스위스 바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면서 끝이 났지만 이런 계획들이 다시 추진되어야 할 것 같은 동기부여를 지구의 생태계가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지구는 무한한 시스템이 아니고 유한한 시스템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제안했던 사상가였던 버크민스터 풀러의 이론이 다시금 다가온다. 그는 1969년 출간한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Operating Manual for Spaceship Earth)에서 지구는 일종의 우주선이라서 한계를 가진 존재이니 자원을 최소한도로 소비하면서도 모든 이들이 더욱 더 좋은 삶을 누리도록 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주장을 펴냈다.

1960년에 맨해튼 미드타운을 거대한 지오데식돔으로 덮어서 날씨와 공기오염을 조절할 것을 제안한바 있다. 1954년에 특허를 받은 지오데식돔은 그의 철학처럼 최소의 구조물로 최대의 강도를 만들어 낸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의 미국관 등에 적용되었다. 맨하튼 돔의 구조물의 무게는 4000톤으로 16대의 헬리콥터가 3달이면 운송할 수 있는데, 이 건설비용은 뉴욕시가 매해 눈을 치우는 비용의 10년간 비용과 비슷해서 10년 후면 상쇄가 되며 모든 건물을 냉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었다.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개념으로 지구호의 역할을 본다면 전지구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신종바이러스의 공격이 장소와 무관한 것을 볼 때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해결방법으로는 맨해튼 돔이 오히려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버크민스터가 미래를 예견하고 많은 장치들을 제안한 반면,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변화에 직면했다. 당장 우리는 지금까지 사용해온 건축과 도시의 물리적 결합방식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산업경제의 귀결점이 된 전세계적인 거대도시들의 출현과 이들을 거미줄보다 더 촘촘히 연결하고 있는 교통시스템들이 전혀 다른 방식의 생태계와 충돌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음압 엘리베이터, 방역시스템이 장착된 도어손잡이, 바이러스제어 공조시스템 등 미세먼지에서 출발한 건강에 대한 동기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생존키워드로 전환되면서 건축장치와 교통시스템의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고 바이오 안전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의 변화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건축물과 도시의 미래비전이다. 도시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탈도시화, 비접촉문화의 일반화로 인한 다중이용시설의 축소 및 공유시설의 감소, 개인시설의 급격한 증가, 대면식 교육방식의 사이버화, 일터의 소멸 등 미래에는 직접공동체가 해체되고 간접공동체로 살아가는 방식의 문화로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가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20세기 건축의 모더니즘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를 수용한 건축의 변신이었다. 건축 또한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새로운 양식의 건축으로 제안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버크민스터 풀러는 기술을 통해 지구를 인식하는 관점을 주었다. 지금 새로 만난 미래에 건축은 어떤 원리를 제안하여 미래사회에 대한 밑그림을 만들어 낼 것인가?

당장은 건축은 버크민스터 풀러의 다이맥시온 (DYMAXION)시리즈처럼 에너지 절약형, 지속가능형, 대량공급형 등에 대해 더욱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접촉의 문화가 바뀌었을 때 건축이 고민할 부분은 인간이 교류하고 네트워킹 하는 새로운 건축과 도시의 모습을 제안하는 버크민스터 풀러의 후예들이 나타날 것이 기대된다.

노휘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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