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흡 동국대학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양지쪽에 피어나는 새싹을 보며 잠시 자연의 순환의 힘을 새삼 느껴 본다.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약칭 코로나-19) 질곡(桎梏)이 일상과 환경을 바꾸고 우리의 의식구조를 우울하게 만들고 경제까지 옥죄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감기 인플루엔자는 모두 바이러스이지만 감염경로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맞서 대응하는 방법도 다르다. 독감과 코로나-19는 모두 접촉과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에 의해 감염되며, 증상도 고열, 피로, 기침을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이란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코로나-19는 독감에 비해 잠복기가 길고, 오랫동안 전염력이 유지된다. 치사율이 높고 백신도 없으며,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대유행)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항원 다양성이 크고 변이가 빠르고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와 차별된다.

우리 몸은 이들 병원체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지만,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몸속에 있는 면역 시스템이 쉬지 않고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면부족, 담배, 알코올, 건조, 스트레스 등은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모두 일상생활에서 노력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주변 환경과 조화해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와 건조한 실내 공기는 실내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점막 기능을 저하시켜 바이러스의 침입이 쉽도록 만든다. 바이러스는 공중습도가 높아지면 활동이 억제된다.

실내 관계습도 조절이 독감 바이러스 퇴치에 효과적이다. 목재를 많이 사용한 실내는 연중 습도변화가 크지 않고 쾌적감을 느끼는 40∼60% 범위를 유지하며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한다. 목재는 실내가 건조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수분을 내뿜고, 습하면 여분의 습기를 흡수한다. 목재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의 환경조건에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조습(調習)작용’을 한다. 지속적으로 쾌적한 습도를 유지하면서 바이러스의 활동을 저하시킨다. 또 부교감신경과 반응하면서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바꿔주며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 콘크리트나 플라스틱에는 없는 작용이다.

서양 속담에서 행운을 빌 때 ‘touch wood’ 또는 ‘knock on wood’라고 한다. 흑사병이 유행했던 중세 서양에서 목재를 두드리거나 만지면 나무의 정령이 나타나 이들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해 준다고 믿기 때문에 행운을 기원하는 어원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최근 이 아이러니를 풀어 줄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결과가 있다. 목조 교실과 콘크리트 교실에서 아동의 인플루엔자에 의한 학급 폐쇄 수를 비교했는데, 목조 교실이 콘크리트 교실보다 1/3정도 폐쇄 비율이 낮았다. 독감에 의한 결석이나 등교 거부도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노인요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목재 사용이 많은 시설에서는 인플루엔자의 감염을 호소하는 비율이 낮다는 결과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질곡이 하루 빨리 해제되기를 바라면서 희망의 넋두리를 목재에게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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