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철 건축사

얼마 전 ‘000어촌뉴딜300’의 사업계획보고서를 접하면서 충격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된 개발계획은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민의 소중한 자산을 망가뜨릴 수 있다. 한 지자체의 ‘어촌 뉴딜300’ 사업계획은 바다를 매립해 주차장을 만들고, 나머지는 공터공원으로 계획하며, 낚시가 되지 않는 곳에 낚시터를 만들어 바다위의 흉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전형적인 토목개발로서 건축물의 유지관리 부담까지 안게 돼 보였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어촌뉴딜 사업은 전국 300여 어촌·어항 현대화를 통해 어촌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지역 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2022년까지 4년 간 3조원 규모 사업비가 투입된다. 그런데 지역 고유 자원을 활용한 특화 개발사업을 표방하며 기존의 어촌·항 개발 사업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산책로·전망대·포토존 조성이나 낚시체험장 등 특정 유형 사업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별로 유사한 사업도 많다.

단순히 주차장이 모자라서, 낚시터가 부족해서, 새로운 마을회관이 필요해서 어촌뉴딜이 추진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기존의 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괴한 계획은 주민들로부터 버림받고, 나아가 주변의 관광지 또한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는 결과를 빚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전시행정으로 성공한 곳이 한 곳이라도 있을까? 건축경관디자인과 또는 문화·관광 부서에서 계획이 수립되고, 해양토목은 실시설계에서 진행되어야 함에도 정부 지원예산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처럼 지자체에서 왜 그리 성급하게 진행해야 할까. 시장과 관련부서의 담당자가 혹시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절차상의 문제도 따져 보고 또한 전문가를 찾아 계획을 수립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도시재생의 필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는 노력도 선행돼야 하겠다.

지방도시의 쇠락은 우리의 현실이다. 이를 위해 역사와 지역성을 유지하면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주민의 입장에서 개발계획이 수립되도록 행정력이 뒷받침되고, 지역성을 고려한 개발계획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어촌뉴딜은 안과 밖의 경관을 파괴하고, 마을의 정체성을 무시하며, 포구라는 이미지를 훼손해 주민의 삶을 고립시키는 개발계획이 될 뿐이다. 지역문화가 없어지면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가 되지 않고 지역은 더욱 고립된다.

‘어촌뉴딜’이 해양토목 개발계획이 아닌 어촌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주변 자연경관이 보존되고, 지역민의 삶이 담기는 ‘친환경적 개발계획’으로서 추진되길 바란다.
꽃피는 3월이다. 머지않아 ‘코로나19’의 여파는 진정되리라. 봄의 기운을 받아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건축사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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