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을 찾아서
- 김종철

  두오모 언덕에서 단테는
  두오모 성당의 신축을 바라보는데
  피렌체 상인이 지나다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삶은 달걀이지

  수년이 지나 두오모
  신축을 내려다보다가
  피렌체 상인이 지나는 투로
  뭣과 함께 먹으면 좋으냐 묻는다
  소금에 찍어 먹지

 

-「절두산 부활의 집」 김종철 유고시집 
   문학세계사 / 2014년

두오모 성당이 착공 된 해가 1296년, 단테가 교황철 사절단으로 피렌체를 떠난 해가 1301년이니까 단테는 두오모 성당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단테의 생가는 이 성당의 바로 뒤편에 있다. 몇 년 동안 새로운 성당이 지어지는 부산함 속에서 살다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간 후, 그는 영영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망명객 신세가 된다. 카톨릭의 깊은 신앙심을 간직하며 시를 썼던 김종철 시인도 생의 망명객이 되었다. 그래. 삶은 달걀엔 소금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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