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 겸손하면서 도시와 조화롭다"

▲ 2020 프리츠커상 수상자 파렐(좌)과 맥나마라(우). ©Alice Clancy

프리츠커상 2020년 수상자로 아일랜드 출신 여성 건축사 듀오 이본 파렐(Yvonne Farrell, 1951년생)과 셰릴 맥나마라(Shelley McNamara, 1952년생)가 선정됐다. 1979년 프리츠커상이 제정된 이래 여성 듀오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독 여성 수상자로는 이라크 출신 건축사 자하 하디드가 유일하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는 파렐과 맥나마라의 작업물을 두고 “도시의 역사 앞에서 겸손하면서도 숙달된 건축 기술력을 발휘해 현장의 맥락에 맞게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도시와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작업물을 보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2016 RIBA(영국 왕립 건축사 협회) 국제상 수상작인 페루 리마 유텍 대학교 캠퍼스의 경우, 주택가와 계곡, 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불리한 지형 조건을 능숙하게 이용해 주변과 튀지 않고 조화롭게 건물을 세웠다. 건물 자체는 얼기설기 얽혀 있는 형태지만 회색빛 벽과 직선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복잡해보이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현대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 리마 유텍 대학교. ©courtesy of Iwan Baan

제1차 세계 건축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세계 빌딩으로 선정된 이탈리아 밀라노의 루이지 보코니 대학교는 실내 지하 광장에 설치된 대형 유리벽으로 바깥 거리와 한 공간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의 신축 교정 또한 다리와 벽돌 벽, 산책로, 돌탑 등의 주변과 어우러져 하나의 도시 같은 인상을 풍긴다.

▲ 루이지 보코니 대학(좌), ©courtesy of Alexandre Soria. 더블린 재무부 사무실(우), ©courtesy of Dennis Gilbert.

◆ ‘아일랜드’와 ‘교육’이
   이들 건축의 힘

 

▲ 맥나마라와 파렐의 더블린 건축학교 대학시절(1974). 사진 제공=하얏트 재단

파렐과 맥나마라는 더블린 건축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 사이다. 졸업한 후에는 그래프턴 건축사사무소(Grafton Architects)를 운영하면서 40여 년 동안 건축 작업을 함께했다.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페루, 이탈리아 등 유럽과 남미 등을 오가며 페루 리마 유텍 대학교 캠퍼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루이지 보코니 대학, 더블린 재무부 사무실, 최근 완공된 프랑스 툴루즈 대학교 신축 교정까지 다양한 건축물들을 작업했다. 201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의 건축 철학에 영향을 끼친 것은 모국 ’아일랜드’ 그리고 ‘교육’이다. 리머릭의 18세기 고택에서 생활했던 파렐의 어린 시절과 고향 툴라모어의 자연에서 본 경이로움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맥나마라의 기억이 이들의 건축물에 사람과 자연을 접목시킨 원동력이 됐다.
일상이 감수성을 일깨웠다면 교육은 이들을 실질적으로 성장시키는 힘이었다. 교육은 비단 학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 경험 등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이들에겐 교육이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동시에 배우죠.” 이들은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교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에서 학생들에게 건축을 가르쳤으며,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 겐조당케 석좌교수, 예일대 학교 루이스 칸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자신들의 인생을 두고 파렐은 “우리에게 가장 큰 스승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 로레토 커뮤니티 스쿨(좌), ©courtesy of Ros Kavanagh. 킹스턴 대학교 타운하우스 빌딩(우). ©courtesy of Ed Reeves.

이들의 작업물을 더 감상하고 싶다면 프리츠커상 홈페이지(www.pritzkerprize.com)에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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