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전의 외환위기에 대한 악몽이 아직도 우리 건축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데, 또 다시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제적 혼란이라는 먹구름이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를 더 버티며 살아야 경제가 안정되고 건설경기가 회복될는지 경제전문가들조차도 정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우리 건축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열정으로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것이기에,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 중 두 가지만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건축관련 정책과 법의 취지를 잘 알아야 똑똑해지고 잘 먹고살 수 있다.
풀어내기 어렵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법에 대한 문제보다는 당장 먹고사는데 필요한 법체계부터 개선하고 정비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먹거리들을 만들어내야 한다.지금까지의 건축활동이 개발과 성장시대에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개발과 보존 이라는 두 가지 명제가 공존하면서 도시재생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지난 2003년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되고 2006년에는 도촉법(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많은 건축사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는 있지만,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지역상황을 잘 알고 있는 우리 건축사들이  총괄계획가(M.P),또는 재개발사업 자문건축사로 참여 하여 사업성 검토와 도서 확인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면,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이해관계에 얽힌 갈등을 원만히 조정해낼 수 있을 것이며 업무영역도 상당히 확보되리라고 본다. 앞으로 도정법 및 도촉법 개정 시 건축사의  역할을 부각할 중요한 부분이다.

둘째, 정당한 보수의 대가이다.
건축이 문화예술의 영역이라고 배웠고, 열심히 일을 하면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다보니 선비체면에 싫은 소리 제대로 못하고, 제 몫 챙기지도 못하면서 우리들끼리만 밥그릇 싸움을 하는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  버렸다. 우리들의 혼과 열정이 담겨진 계획도면(통상 “가도면”이라고 함)을 남발하고, 돈은 제대로 받아내질 못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악화현상이 증가된 것이 오늘날 우리 건축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인 것이 참담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계획설계와 실시설계를 철저히 분리하여 용역대가를 받아내야 한다. 우리   건축사들만의 고유업무인 설계비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면서 다른 분야로의 업역확대를  그리도 쉽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계획비+상담료 제값받기 운동”을 시작했으면 한다.

국가홍보의 척후병으로 사용 하는 문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축문화“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고  싶다.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지금 우리나라는 건축사의 수보다 건축공사현장이 적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조직의 힘이 그만큼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 이다.
현 정부가 녹색성장을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친환경-생태건축, 지속가능한 건축과   환경디자인. 공공디자인. 경관디자인 등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언어들이 아닌가? 이는 앞으로 우리들이 할 일이며, 지구 에너지의 50% 이상을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건축물이기에 지구를 살리는 일도 건축사들의 몫이다.
이러한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우리 협회가 강해져야 한다. 서로가 뜻을 합치고 지혜와 힘을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더 밝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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