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섭 건축사

일조권 관련 규정의 변천
일조권에 관련된 법령은 1971년 주거지역 안에서 건축물을 건축하고자 할 때 건축물 각 부분의 높이는 그 부분으로부터 인접대지의 경계선까지 수평거리의 1.5배에 진북방향은 8미터, 기타 방향은 17미터를 더한 높이를 초과할 수 없다 라는 규정이 최초로 만들어졌고, 그 뒤 건축물의 각 부분을 정북방향으로의 인접대지경계선으로부터 띄어야 하는 거리를 1992년 2층으로서 높이 8미터이하는 2미터로, 2012년 높이 9미터이하인 부분은 1.5미터로 개정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처럼 법 규정이 개정되기에는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라고 본다. 법 개정을 검토하다 보면 해외의 규정을 파악하곤 한다. 그런데 해외의 규정이 국내의 실정에 부합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나라마다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태양의 방위각이 다르고, 생활습관이나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참고는 할지언정 그대로 따르기에는 문제가 있다.

현행 일조권 관련 규정의 문제점
일조권 규정은 분명히 국민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국가의 주택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저층주택에 있어 끊임없이 계단형의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초 지어진 대로 그대로 사용하면 좋을 텐데, 국민은 이러한 계단형의 남는 공간에 대해 불법활용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나 혼자만의 문제라면 덮고 넘어갈 수 있을 텐데, 불법증축한 결과 북쪽에 면한 인접대지의 일조권을 침해하게 되고, 부차적으로 불법증축 시 비난연자재의 사용으로 화재에 취약하게 되며, 구조적으로도 최초 고려하였던 하중조건과 달리 증축으로 인해 구조적 거동 특성이 달라져 내진성능 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또 대지안의 공지측면에서 영구음영이거나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는 북측에 있는 공지는 조경, 주차장 등으로 활용되고, 남측에는 겨우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공지만 남게 되어 공지가 공지답지 못하게 활용되는 게 현실이다. 잘못된 일조권 규정으로 인해 도시공간의 공평한 이용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법을 위반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신축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용적률로 건축을 하고 준공 이후 추가로 더 이득을 봐 보너스를 받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니 사용승인 받으면 곧바로 후속공사가 진행되는 게 현실이다. 꼭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 법을 집행하려는 정부와 안 들키고 뭔가를 하려는 국민 간의 술래잡기 행태다. 하지만 불법증축으로 피해를 보는 인접지의 입장에서는 법에 하소연하기도 쉽지가 않다. 불법을 신고해봤자 고작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정도다. 부과횟수도 위반면적에 따라 고작 5회로 제한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는 부과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불법증축한 주거공간에 대해 선거 때만 되면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어 그 동안 법을 지키고 살아온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다.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는 국민에게 면죄부를 주고, 법을 지키는 자가 손해 보는 세상. 이러한 행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법은 왜 만들었고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국회는 시류에 편승해서 인기몰이만 하지 말고 진정 국민 대다수가 법을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일조권 개정의 필요성
근래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보면 주거건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일조권사선제한의 위반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일조권 관련 규정에 허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가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국민이 법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국민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법은 유명무실하거나 국가의 통제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최근 빈발하는 화재사고, 붕괴사고 등으로 정부는 국민의 신망을 잃고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누가 제공한 것일까. 불법증축한 국민일까 아니면 법을 잘못 만들어 시행한 정부일까?

어느 한 편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공동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위법을 일삼는 국민을 탓하기 보다는 위법을 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듯, 법도 현재의 생활환경의 변화에 맞게 변하여야 한다고 본다. 가족구성원도 다인가족에서 핵가족화 되고, 맞벌이 가정도 많아졌다. 과거처럼 전업주부가 가정을 관리하던 시절과는 다르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저녁시간이 돼서야 퇴근해 낮시간에 일조를 느낄 겨를이 없다. 바쁘다 보니 빨래를 하여 한가하게 햇볕에 건조하기 보다는 건조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일조권은 과거의 법 규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대다수의 국민이 공감하고 불평등하지 않는 법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조권 규정은 언제 어떻게 바꿔야 할까?
법을 바꾸려면 손바닥 뒤집듯 쉽지가 않다. 먼저 개정안의 시행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심층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여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동안 문제 있는 법령으로 인해 대한민국 주거지 골목길의 행태는 계단형에다가 불법증축한 기형적인 형태의 가로환경으로 변하여 왔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대한민국의 위상은 많이 향상되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건축물로 관광한국을 내세우기에는 창피할 수준이다. 주거환경이 어떤지 누가 와서 보자고 할까봐 겁이 난다. 아파트 공화국에 불법천지의 주택가를 어디에다 자랑할 수 있을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집다운 집으로, 건축다운 건축으로. 이제는 일조권 관련규정 개정으로 더 이상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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