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봉의 한옥생각

▲ 김준봉 논설위원

우리 한옥은 건강건축이며 거주자의 면역기능을 향상 시키는 치유건축이다.
일찍이 조선 세종 때 이미 선비들의 치료를 위하여 온돌방을 궁궐 안에 설치하여 그 효능을 인식하였고, 일제 강점기에도 현규환박사는 1944년 만주의과대학 위생학교실에서 ‘항(炕, 침대형 입식 쪽구들)과 온돌(溫突, 좌식형 통구들)의 위생학적 연구’를 통해 온돌의 보건의학적 연구를 하였는데, 당시 만주인(滿族), 중국인(漢族), 조선인(韓人)을 구별하여 민족별로 온돌의 건강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하였다. 당시 열악한 만주지역의 의료환경에서도 체온유지와 청결성을 유지하여 면역성능을 높이는 온돌의 보편성과 탁월성에 대하여 그 진가를 규명하였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한옥, 그 중에서도 최소 2000년 이상 이어 우리의 건강을 담보한 온돌의 효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옥과 온돌문화는
인류문화로서 보편성과
탁월성을 갖는다.
온돌은 수승화강작용으로
두한족열을 유도하여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보건의학적 설비.

근대화의 물결로  침대 문화와 라디에이터 난방이 아파트 문화의 유입을 통해 물밀 듯이 들어 왔지만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한민족 고유의 온돌문화만은 변화시키지 못했다. 아무리 입식 문화가 우리 주거문화의 대세가 되었어도  바닥을 따뜻하게 하여 실내에서 탈화하게하는 온돌은 현재까지도 거의 100%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바도 동서양의 고전의학자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으로 공통으로 말하는 핵심인 수승화강水昇火降을 통한 두한족열頭寒足熱로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물(水)기운은 올리고 불(火)기운을 내려서 위는 차게 아래는 따뜻하게 유지 한다는 말이다. 즉 수승화강의 이치를 한방의학에서는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만병을 예방하는 건강비법이라 한다.

원 헬스(One Health)
- 전 세계 사람-동물-환경이
모두 서로 밀접하게 연결.
현대의 바이러스 질병은
청결한 환경 유지와
따뜻한 체온을 유지가 필수.

최근 ‘코로나 19 감염병’으로 우리나라 온 천지가 비상이 걸렸다. 모든 뉴스가 블랙홀처럼 전염병으로 초토화 됐다. 이제까지 체험해보지 못한 시공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 밀집된 폐쇄공간에서 창궐하는 신종 전염병 앞에 모두가 환경과 건강에 대한 불확실성을 국가 차원에서 경험하는 첫 사례이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 19 감염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보며 앞으로 ‘또 다른 무엇’이 오리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 사람·동물·환경이 모두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인 원 헬스(One Health)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고 앞으로 또 올 수 있는 불확실성은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옥과 전통 난방인 온돌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대의 바이러스 질병은 예방을 위해 청결한 생활환경 유지와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여 평소 면역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폐렴을 일으키는 ‘코로나 19 감염병’의 양분을 제공하고, 건축 역시 과도한 단열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보온병 같은 밀폐공간은 자연환기를 어렵게 만들고 그것은 기초 면역력의 저하로 악순환되고 있다. 우리 온돌은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탈화 생활로 실내의 오염을 막고, 또한 공기의 온도를 올리는 서양의 입식형 난방과는 다르게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여 좌식생활을 통한 피부 접촉 난방으로 거주자의 체온을 올려주는 획기적인 난방을 하기 때문이다.

보건 의학적 견지에서 보면 치유건축이 핵심인 한옥은 온돌을 통해 온도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습도조절로 인위적인 가습기의 폐해를 예방하며, 전통한옥과 온돌은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황토의 통기성에 의한 자연환기, 미세먼지를 차단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흙벽 정화작용 등으로 여러 건강건축에 반하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수천 년을 내려온 우리의 원천기술이자 우리의 터전이다.

‘가장 우리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한옥과 온돌의 보편성과 탁월성은
온돌문화유산의 핵심키워드.

영화<기생충>이 깐 영화제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영화제의 4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영화인들이 환호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새겼다. 비(非) 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최우수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 역시 최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용했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의 말을 이렇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우리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고. 황토를 사용한 자연적인 습도 조절, 실내 온도를 낮추면서도 바닥을 따뜻하게 이불속 온도를 높여 쾌적감을 유지시키고, 에너지 부하를 줄이고, 자연적인 통풍 조절 등으로 인한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게 해주는 주거문화가 한옥과 온돌이다.

온돌은 또한 실내에서 재나 먼지 등이 발생되지 않아 폐기관의 건강에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며 최근 국내의 산후조리원이나 아동 도서실 등 노유자 시설에 온돌난방을 채용하여 호평을 받고 있고, 독일 등 유럽에서 가정은 물론 병원에서 까지도 온돌을 응용해 사용할 만큼 그 효과도 뛰어나다. 이와 같이 한옥과 온돌이 가진 보편성과 탁월성이 바로 우리 문화유산으로서의 핵심키워드이다. 이제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보건의학적 임상을 통한 실증으로 온돌문화를 세계 만방에 전해야한다.

<코로나 19 감염병>에 직면한 지금 불확실한 미래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대책은 결국 면역기능을 향상 시키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가장 확실한 과학은 살아온 역사가 증명한다. 청결한 생활과 면역을 증가시키는 좌식 탈화 생활의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온돌문화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 문화에는 힘이 있다. 김구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라고 말씀하신 문화의 힘이 바로 “한옥과 온돌문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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