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다가오는 초고령자사회, 주거와 지역사회 환경에 대한 고민 서둘러야

2019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대에서 2025년이 되면 현재보다 20% 이상 확대돼 전체 인구대비 40.1%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 또 다양한 주거수요를 반영한 주거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형수 국회의원과 LH가 공동 주관한 ‘지방도시 재생과 연계한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 실현’ 세미나에서 본격적인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맞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 은퇴자주거복합단지 모델(이하 CCRC,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도입과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 실현을 위한 과제가 제시됐다. 고령층 주거대책과 중소도시의 재생을 연계하는 모델이 주목받았고, CCRC가 최초 발원한 미국과 제도 정착단계인 일본과는 다른 국내 현실에 맞는 CCRC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 2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형수 의원실과 LH가 주관한 은퇴자주거복합단지 모델(CCRC) 도입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고령가구의 불안한 노후…자가율은 높지만
노후화 됐고 소득수준도 낮아

2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정소이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도지역의 경우 이미 고령화율 14%를 초과했다고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결국 고령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주거환경과 지역사회 환경이다”면서 “고령사회 주거복지는 시설중심에서 재가중심, 다시 지역중심의 커뮤니티 케어와 건강상태의 변화에 관계없이 현재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Aging in Place)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고령자 가구에 대한 특이점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현재 국내 고령자가구는 자가율이 73.4% 수준이고, 평균거주기간은 14.8년이다. 단독주택 거주비율이 54.6% 정도이고, 때문에 노후화도 상당한 수준이다. 고령자가구의 대부분은 소득이 낮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 역시 5.8%로 전체가구보다 높다는 점도 문제다. 평균거주기간이 긴 반면, 주거이동률은 낮아 만약 중소도시로의 이전을 전제하는 CCRC 모델이 개발될 때 수용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발제 이후 토론자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지적된 사안이다.

그동안 고령가구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 의지와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주거약자지원법)과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후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유형의 고령자 주거공급이 진행됐다. 일례로 노인복지법에 의한 양로시설, 노인복지주택 등의 사업이 추진됐고, 주거약자 지원법에 의해 수도권 8%, 그 외 지역은 5% 이상 주거약자용 주택을 의무 건설하도록 했다. 사업비 350억 원 규모의 서천어메니티 복지마을처럼 복합노인복지단지도 선보였고, LH에서는 ‘고령자 전용 커뮤니티 케어 안심주택’, 보건복지부에서는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고령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고령친화 모델지역 중 의성군의 경우 노인복지시설, 종합복지관, 공립치매병원, 한방클리닉, 고령친화복지교육센터 등이 건립됐지만 결정적으로 주거시설이 없었고, 이후 정책과 관련 사업들이 연속성을 갖지 못하면서 나머지 사업들은 중단과 축소 시행되는 부침도 있었다. 민간공급 사례도 있다. 일례로 ‘N타워(가칭)’와 같은 도심형 실버타운도 있었지만 주거비용만 해도 보증금 4억 원, 월 관리비가 160만 원 등 대부분 고소득자 위주의 공급사례에 치우쳤다.

주택시장 여건 변화, 도시재생과
연계한 고령친화적 주거환경 갖춰야

초고령사회 대응 주거복지 지원방안이 필요해지면서 주택정책과 시장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고령가구 주거환경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과 고소득층을 위한 민간 실버타운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고령자의 소득수준, 건강상태, 가족구성 등에 대응하는 다양한 주거모델 공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물리적인 공간과 건강, 의료, 돌봄, 생활지원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연계형 주택 개발이 요구된다.

정 수석연구원은 “1~2인 고령자가구의 주택규모 다운사이징 경향 확산이 예상되고, 고령인구 증가로 고령자전용주택과 주택개량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고령자의 건강상태에 따른 차등화 된 주거공급, 고령자들이 살던 집에서 독립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속케어 체계가 구축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건강만들기 대표는 표본집단을 베이버부머 세대로 특정했다. 민주화를 이끌어 온 베이버부머 세대는 사회참여에 능동적인만큼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포용적 활동을 장려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자립적 생활을 가능하도록 보건재정을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들 세대가 은퇴한 시점인 2010년부터 귀농과 귀촌인구가 증가하고 귀농 후 정주만족도가 높아진 만큼 도시의 고령화가 더 높아지기 전에 보건복지서비스 등 농촌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이전 전제하는 일본식 CCRC,
국내 사정과 맞지 않아…한국식 전략 수립되어야

지난 2008년부터 지역별 중소도시 도시재생 전략세미나를 개최하고 참여했던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도시재생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일본 농촌을 조사하던 중 접하게 된 일본식 CCRC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CCRC가 디자인과 사회복지 관점이 아닌 인구감소, 지방도시 쇠퇴,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정책적인 활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대도시의 고령자가 희망하는 지방이나 시가지로 이주해 지역주민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애를 보내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일본식 CCRC 이른바 생애활약 마찌 구상의 목표이다”면서 “정부는 정책방침만 수립해 지자체에 내려주고 지자체는 지역특색에 맞게 조정해 대상지와 계획기간, 달성목표 등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고 알렸다.

이어진 토론에서 변재관 한일사회보장정책포럼 대표는 “일본에서 정착되고 있는 CCRC를 국내에 도입한다면 통합 돌봄서비스를 포함한 주택, 이를테면 1,2층은 생활편의서비스 시설, 3, 4, 5층은 주거, 옥상은 텃밭 등 반려식물을 키우는 팜 형태로 구성하고, 빈집과 빈집 또는 낙후주택 등의 접근성을 강화해 지역전체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이징 인 플레이스와 더불어 죽을 때까지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다잉 플레이스를 염두에 둔 CCRC에 대해 고민하고, 재원의 일부는 연기금을 활용해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고령자의 생활과 주거환경이 다른 만큼 미국과 일본의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서는 안된다”면서 “교통과 거리, 보건복지의료서비스 등이 일부 갖춰진 도시근교형이 절충안이 될 것이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각 지역에는 초등학교, 목욕탕, 종교시설, 동네 의원 등 가용한 자산이 많다”면서 “이들을 활용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보건복지부의 커뮤니티 케어를 접목해 지역단위 주민 조합이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한국판 CCRC의 모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활성화를 통한 고령층 일자리 창출이 지방 중소도시 재생을 이끈다는 접근도 있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야 사업과 수요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고령층의 일자리를 창출해 제2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자 도시의 재생을 이끄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를 주관한 국토교통위원회 서형수 국회의원은 “지방도시의 재생, 커뮤니티 케어, CCRC는 어려운 과제이고 제도와 수요자, 운영주체 등이 복잡하게 엮여 있는 난제다”라고 전제하고 “현재 고령자 중에서 자립이 가능한 80%를 제외한 수요자들에 대한 주거 등 종합적인 대책이 지금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고, 오늘과 향후 이어질 CCRC 등에 대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의정 활동을 보다 활발히 전개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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