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펜션 폭발 사고가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여러 가지 사연만큼 폭발사고는 충격적이었고, 또 다시 부각된 것은 불법 건축 행위였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건축은 과연 정상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연초의 이런 뉴스와 함께 법원의 판결 하나가 눈에 띈다. 350년 수령의 보호수를 아파트 공사에 방해가 된다고 이동시켜달라는 요구다. 이동시켜서 문제가 없다면 법원 판결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350년 넘은 수령의 보호수의 다른 곳 이식은 현실적으로 제대로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제대로 하려면 비용도 상당하지만, 십중팔구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까짓 나무 하나가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350년이라는 수령이 상징하는 것은 많다. 당장의 이익에 민감한 개발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350년 수령의 나무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원은 350년 수령의 보호수 보존에 손을 들어 주었다.

만약 법원 판결이 없었더라면 밤새 잘려져 사라졌을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그동안 소리 소문 없이 많았다. 길 넓히기 위해 잘려진 고목들. 심지어 문화재들도 파괴되고, 밤새 버려진 경우도 많았다.
이 두 개의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건 우리사회가 원칙과 가치에 대해서 여전히 인지하고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수십 년째 반복되고, 여전히 벌어지는 불법 건축 행위로 인한 각종 인명 사고는 무엇을 말하는가? 원칙에 대한 공감과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무시하고 있다.

인명사고가 나면 각종 언론들이 분석과 원인에 집중하는 기사를 잔뜩 낸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많다. 건축사들을 책임자로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희생양을 삼고 나면 동일한 사건 사고는 나지 않아야 하지만, 수십 년째 셀 수 없는 동일한 유형의 건축 사건 사고는 반복되었다.

가장 가까운 사건을 돌아보면,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 동작구 사당동 건축현장 붕괴, 강남구 철거 현장 붕괴, 제천 화재 사건...... 수도 없는 각종 건축 관련 사고들은 여전하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 원인과 내용을 분석하고 체질화 되어야 함에도 반복된다.

도대체 왜 이렇게 근절되지 않는가? 어쩌다 실수가 아니다. 이건 일상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누구랄 것도 없이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핵심에는 원칙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원칙에 대한 공감이 왜 없는가? 이런 생각의 저변에는 당장의 이익에 민감한 우리 사회 전반에 일상으로 자리 잡은 물신 주의에서 시작한다.

일종의 돈이 최고라는 물질적 가치관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건축사들의 준법이 건축 의뢰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명약관화하다. 준법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일 리 만무다. 현업에서 많은 건축사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가 불법과 관련된 건축 의뢰인들의 요구들이다.

준법 건축사는 무능력 건축사로 대하는 시장의 불법 일상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혀 연관 없을 듯한 350년 보호수 이식 요구 소송을 보면 우리 사회가 지속해야 할 가치에 대한 이해를 알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고가 도로에 방해 된다고 독립문을 이전했었던 개발시대의 논리가 여전하다. 그런 물질 중심 사고가 원칙을 파괴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 전체가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건축은 일상에서 지켜져야 할 가치이며 원칙이다. 출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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