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철쭉과 억새군락으로 유명한 화왕산성
철쭉이 피는 계절, 억새가 피는 계절에 자주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창녕이다. 경상남도 접경지역으로 작은 군이지만 창녕 화왕산성내와 계절을 알리는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는 화왕산성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성곽이 자리하고 있다. 날씨가 따스해진 틈을 타서 창녕의 화왕산성을 찾아가 보았다.
창녕 화왕산성은 화왕산(해발 756m)을 감싸고 있는 테뫼식 산성이다. 테뫼식 산성이란 산꼭대기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은 산성을 의미한다. 화왕산성은 둘레가 2.7km에 이르는 산 위에 축조한 산성으로 창녕지방에서 큰 산성에 속한다. 현재 성벽을 비롯하여 동문과 서문, 물을 저장하는 집수지가 남아 있다. 이 집수지는 성 내 군사들의 식수와 방화수로 사용하기 위해 물을 모아두는 시설물이다. 산성이 안쪽으로 움푹 파여 있다 보니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물이 고인다. 성 내 가장 낮은 곳에 돌계단형태로 집수지를 만들어 놓았다.
화왕산성은 산 정상부에 있어 차량 접근이 어렵다. 창녕여자고등학교 인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아스팔트길을 걸어올라 등산로에 다다른다. 코스 중 가장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도성암 코스이다. 3개의 등산로가 있으며, 1코스는 바위와 밧줄 구간이 많다. 약 3.2km의 거리로, 약 1시간 40여분이 소요된다. 2코스는 가장 쉬운 구간으로 정상부 주변 돌계단으로 오르는 구간만 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약 2.6km로, 1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2코스는 도성암을 거쳐 오르는 능선 코스로 약 1시간20여분이 소요된다. 오르는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경치를 구경하기에 좋고 올라가기도 쉽다.
성곽을 돌다보면 중앙부에 커다란 바위 비석이 있다. 창녕 조씨의 성씨 발원지라는 비석과 함께 돌들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꽃을 바친 것으로 보아 조상들의 자주 찾는 뿌듯한 장소인 듯싶다.
신라 진평왕 때 한림학자 이광옥에게 예향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16세에 청룡병에 걸려 배가 부어올라 고생을 했다. 온갖 정성을 쏟아도 낫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비범한 사람이 화왕산의 용담에 가서 기도를 하고 목욕을 하면 낫는다고 말했다. 이광옥은 딸을 데리고 가 기도를 했다. 그러자 하늘이 흐려지며 용담에서 큰 용이 나와 예향을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다시 하늘이 맑아지더니 예향이 물속에서 나왔는데 이후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았다. 꿈속의 말이, 그 아이는 장차 귀한 사람이 될 것이라 하였다. 이후 아들은 커서 바르고 의로운 사람이 되었는데 겨드랑이 밑에 조(曺)자가 있었다. 왕이 소문을 듣고 불러다가 아들에게 성을 조라고 하사하고 용의 후손이라는 뜻의 ‘계룡’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것이 창녕 조씨의 시조가 되었다.
득성비는 고종 34년(1897)에 조선 말기의 문신인 조시영이 경상남도 관찰사로 왔을 때 세운 것으로 “창녕 조씨의 성이 비롯된 곳”이라는 글씨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은 경상남도 기념물 제246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곽과 산책로가 잘 정돈돼있을 뿐만 아니라 억새 군락지 보호를 위한 공사와 집수지 주변이 정리되고 있어 잠시 바람을 쐬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에 좋은 장소라 여겨진다.